교육의 창·최영태> 참교육! 참실력! 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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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최영태> 참교육! 참실력! 참사람!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 : 2020. 10.25(일) 14:27
  • 편집에디터
최영태 명예교수
중학교 다니는 아이가 농구 골대에 공을 멋지게 집어넣자 함께 운동하는 아빠가 "우리 아들, 실력 좋네!"라고 격려해준다. 수학 점수를 잘 받은 고등학생 아이에게 엄마가 "우리 딸, 실력 좋구나!"라고 칭찬해준다. 노래 솜씨가 좋은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에게, 학급을 잘 이끄는 반장에게 "실력 좋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실력'이라는 용어가 지난 10년 동안 광주교육에서 거의 금기시되었다. 광주교육을 소개하는 교육청 홈피에서도 실력이라는 용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진보교육감 이전, 광주교육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 슬로건은 '1등 광주!' '실력 광주!'였다. 입시철이면 각 학교 정문에는 '서울대 진학 00명!', 'SKY 합격 00명!' 등을 적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교육청은 이 통계를 모아 '실력 광주!' '1등 광주!' 등의 슬로건을 만들었다. 이 슬로건이 갖는 영향력은 매우 컸다. 지역민들은 우리 지역 학생들이 일류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것에서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느낀 것 같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볼 때, 서울대 혹은 SKY대 진학생 숫자가 광주 학생 전체의 실력을 대변할 수는 없다. 국·영·수 등 교과성적이 모든 재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교과성적이 우수한 10~20% 학생을 위하여 80~90% 학생을 소홀히 했다면 그것은 참다운 교육이 아니다. 일류대학 합격생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기 제자에게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추천하고 진학을 강요했다면 참된 교육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참교육이란 인성·민주시민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일깨우고 잠재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참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국·영·수를 잘 하는 학생에게는 그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예체능에 소양이 있는 학생은 마찬가지로 그 재능을 최대한 키워주는 것이 참교육이다. 리더십, 노래 솜씨, 운동 능력, 친구 잘 사귀는 것, 컴퓨터 잘 다루는 것, 마음이 따뜻한 것 모두 소중한 소양이고 재능이며, 그 역량과 재능을 최대한 개발하여 그들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게 참교육이다. 그리고 실력이란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이 모든 재능과 잠재력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실력이라는 용어는 결코 부정적 의미의 용어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매우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실력이라는 용어가 일정 기간 비교육적인 목적에 동원되었다고 해서 교육현장에서 결코 금기어나 적폐어로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력이라는 용어에서 부정적 부분은 줄이고, 긍정적 부분은 살리는 방식으로 그 용어를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실력이라는 용어가 갖는 긍정적 의미를 부활시키면서 동시에 과거 광주교육에서 남용된 부정적 역사를 극복하는 의미에서 나는 '참실력'이라는 용어에 마음에 간다. 참실력이라는 용어에는 '계승과 혁신'이라는 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실력!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과거 참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처음 어색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매우 자연스러운 용어가 된 것처럼 말이다. 참실력이라는 용어는 이미 다른 교육기관이나 학교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참다운 인간상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펼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민주주의, 인권, 평화, 환경 등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인식을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참교육에 의해 참실력을 다지고, '참사람'이 되게 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이다.

참교육! 참실력! 참사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