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사진 |
같은 실종자 이야기지만 극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5·18 행불자는 실종된 채로 4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있다. 1980년 5·18 당시 정부에 의해 행방불명자로 인정된 사람은 84명이고 불인정자는 242명에 달한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 조사위는 이들 모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행방불명자의 규모와 소재를 확인하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핵심 쟁점에 해당하는 암매장과 사체 유기 가능성 등의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5·18 기념재단이 행불자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암매장지에 대한 발굴 작업을 수차례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행히 진상규명 조사위가 40년이 지나도록 규명되지 않고 있는 암매장 의혹을 풀어 줄 새로운 단서를 얻어내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광주교도소 암매장에 참여했던 계엄군들이 암매장 위치를 좌표로 자세히 표시한 군사 지도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5·18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송선태 위원장은 "지난 4개월여 동안 5·18 당시 광주에 내려온 3공수 여단 부대원 246명을 전수 조사했는데 이들 가운데 26명이 암매장과 관련된 유의미한 진술을 했다"고 최근 밝혔다. 따라서 5·18조사위가 암매장 좌표가 기록된 군 문서를 찾아낸다면 5·18 행불자의 유해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 '미씽'에서 처럼 행불자 시신을 모두 찾아 5·18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뒤 뒤늦게 나마 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진실을 아는 자의 용기있는 고백이 필요해 보인다. 유골이라고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조사관들의 간절한 부탁에 '이것은 죽은자에 대한 예의다'라며 증언하는 공수부대원이 있었다고 조사위 측은 밝히고 있어 행불자 찾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