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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라는 혹독한 전선에 선 당신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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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라는 혹독한 전선에 선 당신들에게

포스트코로나 10·끝〉윤석문(34)작가
불안정한 직업·심리 네가지 캐릭터에 투영
뜯어지고 터진 불완전한 인형에 현대인 모습 담아
각각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림책 출간 계획
한파 속에서도 온기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희망전해

게재 2020-08-20 14:32:13

윤석문 작 '사무치던 밤'
윤석문 작 '사무치던 밤'

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랑은 '삶'에 대한 명언을 다수 남겼다. 그에 의하면 산다는 것은 치열한 전투 이며, 경쟁사회 안에서 20대는 끊임없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그에게 삶이란 혹독한 전선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최근들어 그가 남긴 말이 온라인상에서 자주 공유되는 것을 보면 '삶에 대한 정의'에 공감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윤석문(34)작가가 짊어진 삶의 무게 역시 무겁다 못해 버겁다. 전업작가라는 불안정한 직업과 현실, 온라인 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주는 잔인함까지. 윤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애도와 공감, 위로를 보낸다.

●살아남기:버려진 인형에 현대인 애환 담다

"전업작가이지만 현실적으로 작업만 하기는 어려워요. 직업 자체가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울때가 많죠. 인간 관계는 또 얼마나 힘들어요? 현실적인 관계도 어려운데, SNS상에선 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죠. 저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내가 판단하기에 안정적이고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친구의 고민도 저와 다를게 없었어요. 현대인의 모습이고 고민거리인거죠."

현대인의 어두운 자화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작가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시도였지만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다. 쓰레기장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 헌옷수집함 앞에 버려진 곰돌이 인형을 목격했다. 오래되서 몸통은 실밥이 터져있고 사지는 너덜거리는 모습에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곰돌이 인형은 어린시절 누구나 가지고 놀았던 친근한 존재죠. 우리가 성장할수록 곰돌이 인형은 닳고 망가지죠. 그리고 버려져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욕구가 채워지면 관계들은 소원해지고 버려지죠. 관계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곰인형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작업하기:고립에서 생존을 찾다

윤 작가의 작업에는 네가지 캐릭터가 등장한다. '도리(Dori)' '리타(Lita)' '아무로(Amuro)' '루미(Rumi)'다. 곰 인형의 이미지를 하고 있는 도리는 입이 없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내향적인 성격에 말주변머리가 없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모습이자,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양이 '리타'는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시대 가장들을 대변한다.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 '프리(free)'와 '아리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 '프리타'를 줄여서 '리타'가 됐다. 프리타의 삶을 살고있는 이른바 '비정규직'들의 자화상이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 밖에 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현실을 '리타'를 통해 표현했다.

사슴인형인 '아무로'는 SNS상과 현실에서 전혀다른 모습을 한 이중적인 캐릭터로, 토끼 '루미'는 주변 사람들을 이어주고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각박한 세상에 지쳐 급 돌변한다.

"이들 인형들은 같은 곳에 모이고 관계를 맺으며 혼자가 아닌 듯 살아가지만 공통적으로 '각자의 공간'이라는 '고립'된 장소에 머무르고 있어요.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 착취, 수탈로 부터 이탈하기 위해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는 세계가 필요하기에 '고립'을 필요로 하는 것이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단다. 고립된 장소는 결코 삶의 지속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라는 것,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고립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언어라는 것이다. 윤 작가의 어둡고 외롭고 슬픈 현대인의 자화상에 희망을 발견하는 이유다.

●살아가기: '건강한 관계'란 과제를 던지다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관계맺기를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림책으로도 풀어볼 계획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담고있는 고민들은 일기처럼 윤 작가의 노트에 매일 기록되고 있다. 그림책 제목은 '이글루를 찾아서'이다. 불온전한 신체를 가진 캐릭터들이 온기를 찾아 툰드라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생존의지가 엿보인다. 윤 작가는 소통의 부재, SNS 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청년취업난 등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지뢰처럼 퍼져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삶이라는 풍파에 시달리는 네 캐릭터들이 각각의 이상향, 유토피아를 향해 떠나는 이야기에요. 삶 이라는 풍파를 오롯이 맞아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툰드라와 같죠. 이글루는 툰드라에서 유일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공간이죠.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는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맺기를 한다는 것이고, 타인의 언어를 배우기 위한 과정인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립'이 아닌 '자립'이고 '자립'은 상대방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배울수가 있습니다."

윤석문 작 '발자국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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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문 작 '귓가에 맴돌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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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문 작 '이글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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