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광주교육,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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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노영필>광주교육, 위기인가? 기회인가?
노영필-교육평론가·철학박사
  • 입력 : 2020. 07.12(일) 14:34
  • 편집에디터
노영필 교육평론가·철학박사
글을 쓰는 필자는 씁쓸하다. 20년을 넘게 광주교육의 선봉에 서서 책임있는 목소리를 내왔던 현교육감이 위태롭다는 언론의 소식을 접해서다. 단발 뉴스로 지면에 오르내리더니 급기야 시민단체는 2018년 교육감선거 당시 '한유총 유착 의혹' '처조카 특혜시비'로 지난 8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고발했다.

갈수록 꼬이는 광주교육이어서 걱정이다.

'권불십년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장교육감은 교육감만으로 10년째 광주교육을 맡아왔다. 그에게 낮은 청렴도는 시지푸스신화에 나오는 바위덩어리같은 것이었다. 굴려 올리면 다시 미끄러져 내리는 운명의 장난같은 것이었다. 취임초기에는 칭찬받았다. 엄중한 행정으로 일선 학교의 촌지가 사라지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까지 적용되면서 극단적 선택까지 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찬사를 보냈다.

그런 노력이 지지했던 시민단체의 고발로 한 방에 무너져 아웃제와 촌지 문제는 비웃음거리가 될까 싶다. '청렴광주교육'을 외친 교육감에 대해 시민들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따지고 보면 교육감이 책임져왔던 교육 권력은 20년이 넘는다. 전교조지부장, 교육위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교육감이 짊어진 책임은 실로 막중했다.

권력은 노화되기 전에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 맞을까?

필자로선 3선 광주시교육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손가락질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다. 우선은 자신이 던진 청렴이라는 그물에 자신이 그대로 걸려든 것이다. 현장은 현장대로 그동안 본인이 외쳤던 혁신학교의 노력이 무산될 위기다. 자신이 억울하다면 꼼꼼하게 따져 누명을 쓰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 여론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다.

이미 나타난 조짐으로 예고했을지 모른다.

집권기 내내 따라다닌 꼬리표는 "자기 사람들만 쓴다"였다. 그게 첫 번째 독이 되었을 수 있다. 세상의 이치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차이를 짚어주고 견제를 했을 때 균형이 만들어진다. 다 알다시피 모든 이치는 일방적일 때 오래가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가 만든 교훈 아닌가?

두 번째 조짐은 '청렴광주교육'을 외친 김용철감사관이 지난 2011년 1월 개방형 감사관에 임용됐다가 9년 만에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19년 12월, 재임용전 임기 31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했다. '왜 31일을 남긴 채 그만 두었을까'는 사라지지 않은 관가의 관심꺼리였다. 그때 어떤 호사가들은 파산직전 위기를 느낀 동물들의 움직임으로 묘사한 적이 있었다. 좋지 않은 조짐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조짐은 D여고 측근 교장의 평교사 인사요청이었다. 장교육감 체제에서 고속 승진은 둘째 치고 교육감의 조문길이나 바깥 행차가 있을 때 그 교장의 동행이 잦았다. 발령장을 받고 난 이후에 평교사직을 요청한 것이나 사후에야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것도 통상적이지 않았다. 그 유명한 D여고 스쿨미투로 홍역을 치루는 정점에 있던 교장이 임기를 마치고 수련원 원장자리를 거부하고 평교사로 옮겨갔다. 이 또한 호사가들의 입방아 꺼리를 만든 사건이다.

결국 시민단체는 "장 교육감에 대한 △배우자 금품 수수 △불법 선거운동 △불공정 인사교류 및 특혜 등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고발을 했다. 법의 잣대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명예로워지길 빈다. 문제는 청렴을 응원하고 지지할 사람들보다 두 눈 뜨고 지켜볼 사람들이 많아질 전망이어서 씁쓸하다. 이런 광경 앞에 현장을 떠나 정치인의 기간이 너무 길다고 안타깝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변명꺼리다.

비판적 입장에 서야 할 전교조 광주지부마저 '사퇴성명'에 불참하거나 어느 지역 방송에선 코로나위기 앞에 퇴진운운은 맞지 않은 정서라고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그 동안 지역의 시민단체도, 지역의 언론도, 지역의 정치권도 자신들은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침묵한 원죄일 수 있다. 요샛말로 검언유착이 아니라 교언유착, 검교유착, 거대한 권력끼리의 카르텔일까? 3선이면 광주교육의 기틀을 만들었어야 할 상황 앞에 2년도 못 남긴 집권 후반기가 위태롭다.

이 위기 앞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굵직한 사건이 또 있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해왔다. 배이상헌교사는 성비위교사로 지목되어 직위해제된 채 사건이 멈춘 지 1년이 넘었다. 교육청에 의해 경찰에 고발 조치되고 검찰로 송치된 채 기소 조차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배이상헌교사의 직위해제사건을 광주교육의 네 번째 이상기류로 꼽는다. 오롯이 성평등교육의 이정표를 세우는 재물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손대지 못한 채 앳가심이 되고 말았다. 이같은 이상 징후들의 열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상상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알 수 없는 힘의 작동이 결국 현장에서 일개미로 뛰는 교사들에게 희망을 꺾는 일이 된다면 광주교육은 위기인 것이다. 그 희망을 꺾는 사태 앞에 서있는 광주교육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사실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