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침묵한 與…빈소서 '예의' 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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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침묵한 與…빈소서 '예의' 얘기만
  • 입력 : 2020. 07.10(금) 20:02
  •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박원순 서울시장을 일제히 추모하면서도 전 여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당 차원의 사실관계 조사 계획은 없으며 관련 의혹은 경찰에서 밝혀낼 몫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연이어 터진 미투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사과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당내 유력 인사들의 반복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관련 논란에도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고인에 대한 예의만 강조해 정작 피해자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980년대 이후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크게 키워낸 시민운동계의 탁월한 인권변호사였다"(이해찬 대표), "박 시장의 비통한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길이 없다"(김태년 원내대표)고 고인을 추모했다.

다만 박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해서는 사자(死者)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는 이유에서 일체 언급이 없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시장이 성추행 관련 의혹으로 경찰에 피소된 가운데서도 애도 메시지에 집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자 명예가 있는 부분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며 "오늘은 추모하는 이야기만 두 대표(이해찬·김태년)가 하기로 얘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내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박 시장의 미투 의혹과 극단적 선택에 곤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당 차원의 조사 등 후속조치에는 선을 긋고 있다.

허윤정 대변인은 미투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 조치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건은 경찰에서 진행을 해야 할 몫"이라며 "어떠한 사실관계와 관련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그런 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성추문이 불거졌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한 당 차원의 사과는 없냐는 질문에도 "별도 입장을 낼 계획은 현재 없다"며 "부산시장 건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박 시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함께 논평할 만한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여권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지만 이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애도에만 집중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 유족들도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으며 김두관 의원은 "고인이 되셨는데 법정으로 (성추행 고소 사건도) 공소권도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언급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그건은 뭐…고인의 명복을 빈다"(이개호 의원), "의혹에 대해서는 아시다시피 자세한 게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제가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전해철 의원) 등 언급을 삼갔다.

민주당의 전현직 여성 의원들도 성추행 의혹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묻지말라.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백혜련 의원), "고인이 되신 분인데 가신 분의 명예를 존중해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도 잘 부탁드린다"(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조금 보고 이야기하겠다"(양향자 의원)며 대답을 피할 뿐 여성 피해자에 대한 걱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권칠승 의원은 피고소인인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해 "그런 부분들은 사실 관계를 찾을 이유가 없어졌잖냐. 잘못하면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야 한다"며 고인에 대한 예의를 이유로 관련 의혹을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특히 박 시장과 '민주화 운동 40년 친구'라는 이 대표는 빈소를 찾았다가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욕설까지 하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해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는 기자들이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곧장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고 소리를 치며 취재진을 쏘아봤다.

'유가족에게 뭐라고 위로 말씀을 하셨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화를 낸 이 대표는 낮은 목소리로 "XX자식 같으니라고" 했다. 취재진에게 예의를 갖추라고 하고는 정작 빈소에서 욕설을 하며 예의에 어긋난 언행을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허 대변인은 "대표가 어느 수위까지는 (언론의 질문을) 견디다가 그런게 아닌가 깊다"며 "대표의 발언 진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대응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허 대변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성추행 고소가) 접수된 사실 말고는 없다. (그런데) 지금 보도되고 있지는 않지만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온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허 대변인은 "네티즌이나 여러 곳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오른쪽 맨 끝 얘기와 왼쪽 맨 끝에서 나오는 얘기가 다 들린다는 취지의 얘기"라고 주워담기도 했다.

다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박 시장 관련 고소건을 빙자해 사실이 아니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글이 나돌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도 필요해 보인다.

박 시장과 가까운 사이인 박홍근 의원은 유족을 대신해 당부의 말을 전하면서 "SNS상에 악의적인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더욱 큰 고통 겪고 있다. 부디 이런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뉴시스 news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