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코로나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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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코로나에 '휘청'
공사 중단 여파 새벽 인력시장 구직난 심화 ||인력소개소마다 일자리 구하기 경쟁 치열
  • 입력 : 2020. 07.07(화) 19:12
  • 김진영 기자
오전 6시 광주 한 인력소개소 앞에서 인부들이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신규 공사가 줄고 진행되던 공사마저 중단된 곳이 많아, 새벽같이 나와 봤자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코로나19'가 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가 광주를 덮치면서 인력시장의 일감은 줄어들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요즘들어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지켜도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의 한숨이 아침 공기를 가르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5시. 광주 인력소개소마다 일감을 기다리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작은 승용차를 나눠 타고 인력소개소를 배회하고 있었다. 현장일이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오늘 일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재빨리 다른 인력소개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10년 이상 건설 현장을 누빈 숙련공들도 일감 찾기가 만만찮다.



광주 북구 한 인력소개소 앞에서 만난 50대 일용직 노동자 정모씨는 애꿎은 담배만 태웠다.

정씨는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만 일을 나가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공을 쳤다.



코로나 여파로 신규 공사가 줄고 진행되던 공사마저 중단된 곳이 많아, 새벽같이 나와 봤자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정씨는 "코로나 이전엔 일주일에 서너번은 현장에 갔는데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서 일감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모아둔 돈도 다 떨어져서 오늘도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 담배를 끊어야 할 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에서는 50여 명이 일찌감치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일터에 나가는 이들은 절반도 안됐다.



인력사무소 소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할 사람들을 찾는 전화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로 일용직 인력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일 새벽마다 '오늘도 일감이 없냐'는 문의가 쏟아지지만 연결해줄 일자리가 없어 속이 탄다"며 "언제 사태가 끝날지 모르니 더욱 막막하다"고 했다.



일거리 가뭄은 곧바로 인력소개소 영업 중단으로 이어진다.

거리 곳곳에는 불이 꺼진 인력소개소들도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생활했지만 일감이 뚝 끊기면서 아예 문을 닫고 개점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오전 6시께 북구 신안동 한 인력소개소에선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지난해 인력시장 실태를 취재하며 만났던 일용직 노동자다.

불경기 속에서도 "부지런한만큼 벌어가고 게으른만큼 못 버는게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였다.

그런 그도 "6개월 전보다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꾸 외곽으로 나가고 있다"고 했다. 도심에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탓에 농촌 일손 돕기 현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그는 "일감을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마다 부리나케 나오고 있다"며 "힘든 일을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아직은 일거리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6시 30분. 인력사무소 소장이 마지막으로 이름을 호명하자 대기하던 노동자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렸다. 현장을 배정받은 노동자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끝내 일감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하루가 끝났다"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일거리를 얻지 못해 허탕을 치는 날은 늘어가지만, 이들은 내일 새벽에도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