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건>국가 아동보호 체계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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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동건>국가 아동보호 체계에 대한 제언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
  • 입력 : 2020. 07.02(목) 13:14
  • 편집에디터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
2000년 개정 아동복지법을 근거로 전국에 17개소의 지역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설치되어 아동학대 예방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20년 현재 68개소의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어 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양적 증가만 아니라,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시행을 통한 피해아동을 위한 응급(임시)조치와 보호명령, 학대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 시행, 신고전화 112로 통합 등 이전에 비해 많은 내용적인 변화와 진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올해부터 아동학대 조사업무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기초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수행키로 하는 등 학대피해 아동에 대한 국가책무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 환영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마주하며 참담함과 깊은 자괴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2000년, 2014년, 2019년 이슈가 되었던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때마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많은 제도와 정책적 개선을 한다고 해 왔지만 여전히 허점과 빈틈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수많은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6월4일부터 6월17일까지 2주간 보도량을 보면 약 1,464건이나 된다. 단순히 사건 진행을 보도하는 내용도 있지만 아동복지법 개정에서부터 전담보호관찰관제도 등 실효성 있는 대안 보도도 있었다.

이제는 수많은 아이디어보다 지금까지 대두된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코자 한다.

먼저, 사례관리의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현재 아동학대 조사이후 학대로 판단되면 피해아동과 행위자를 대상으로 재학대 예방을 위한 사례관리가 진행되고 있으나 강제권한이 없다. 아동이나 행위자, 보호자가 거부하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사실 사망사건의 대부분은 사례관리 중 발생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상담원은 외줄타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사건이 터지면 언론은 제대로 관리를 못했다는 이유로 아보전을 질타한다. 즉 책임은 막중하게 주면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 한계를 극복할 수가 없다. 따라서 미래통합당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정당한 사유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재발확인업무 등을 거부하거나 방해한 보호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이 사례관리 실효성을 담보하는 대안이 아닌가 싶다.

두번째, 상담원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지난 2013년 떠들썩했던 아동사망사건 '이서현 보고서'에 현장에 나갔던 상담원의 미숙한 판단을(원가정보호) 문제점 중 하나로 보고했다. 당시 상담원은 입사 5개월된 신입사원이었다. 이번 천안 사건도 업무경험이 18개월도 안된 상담원이 출동하여 현장대응에 미숙한 점을 드러냈고, 결국 아동은 사망을 하고 말았다. 현재 아보전 상담원 이직율이 심각한데 2019년 이직율이 28.5%로 높으며, 평균 재직기간이 2.8년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유사업종 근속연수의 1/2도 되지 않는 현실이다. 더욱이 아보전 상담원 업무는 아동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업무로 전문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고 최소한 3년이상은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함에도 자주 바뀌는 이유는 결국 처우와 계약직 신분 문제이다. 현재 전국 68개 아보전 상담원의 인건비는 운영법인에 따라 달리 책정돼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편차가 발생하는 등 형평성이 없고, 대부분 갓 대학 졸업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으며, 부족한 인건비를 메꾸기 위해 계약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아보전 상담원의 인건비 상향조정, 수당 지급(시간외근무 등) 등 근로 의욕을 제고 할만한 처우개선이 돼야 특수업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

세번째, 시설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에 68개 아보전, 76개 피해아동 쉼터가 대한민국 아동학대 인프라의 전체이다. 아보전은 3~4개의 시군구를 담당하여 아동학대 조사, 사례관리, 피해아동 보호 등 막중한 업무를 수행중이다. 사례관리 이동거리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현실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말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는가? 이처럼 시설이 절대 부족한 이유는 현재 범피기금, 로또기금 등에서 예산을 출원하는 시스템의 한계이다. 따라서 복지부 일반회계 전환으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서 시군구마다 한 곳씩은 개설토록 하는 조치가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오는 10월부터 조사업무는 시군구마다 조직이 설치돼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기초지자체 책임성과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도 아보전 및 쉼터 확충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관련하여 아동복지법 45조 개정이 필요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 2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처리 및 아동학대 예방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두어야 한다. 다만, 시도지사는 관할구역 아동수 및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여 조례에 정하는 바에 따라 둘 이상의 시군구를 통합하여 하나의 아보전을 설치운영 할수 있다' 라고 되었는데 대부분 지자체에서 이를 인용 아보전 설치에 미온적이다. 따라서 '다만', 이하 조항을 삭제해 시군구마다 시설 설치의 책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피해아동의 원가정보호 우선도 결국 아동들을 분리보호 할만한 시설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아동 및 장애인 그룹홈을 학대 피해아동 쉼터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아동학대 조사업무와 사례업무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라 그동안 아보전이 해오던 아동학대 조사업무가 오는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시군구로 이관돼 조사업무는 공공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조사와 사례관리 업무기관이 분리돼 조사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누락될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단순히 언어적 메시지 뿐만아니라 비언어적 메시지까지 사례담당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나 시스템(전산)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해 많은 빈틈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대안으로 조사전담공무원과 사례관리 기관인 아보전이 하나의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적극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학대피해아동 보호체계는 피해아동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피해아동과 그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를 위해서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는다면 피해아동이 앞으로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신적 질환과 노동력 상실, 범죄 등 학대 후유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클 것이다. 더욱이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수많은 교훈을 얻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얼마나 무능한 사회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들을 정책으로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고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