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무리 덧칠해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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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5·18, 아무리 덧칠해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주연 유독현·오완우
  • 입력 : 2020. 05.28(목) 16:59
  • 김은지 기자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에 출연한 배우 유독현(왼쪽), 오완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40년 전 오월의 광주, 떠나간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연극에 담겼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 1에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창·제작 공연 '시간을 칠하는 사람'이 상영 중이다.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건물의 칠장이었던 노인 영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식을 연기한 배우 유독현은 80년생으로 5·18민주화운동과 동갑이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지 않았던 세대로서 5·18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이번 연극의 주연을 맡으며 임한 자세를 이야기했다.

유독현은 "관련 작품에 참여한다고 해서 당시 5·18을 직접 겪으신 분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는 것 자체가 건방진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공연 한순간 순간에 집중하고, 연극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저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식의 아들이자 국가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 혁을 연기한 배우 오완우 역시 같은 심정으로 이번 연극에 임했다. 그는 "당시 광주에 있던 인물로 이입한다는 것 자체가 제 욕심이라 생각한다"며 "실제 시대상이 담긴 대사를 읊을 때면 관객들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는 게 아닐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에 대하 "때문에 특정 인물보다는 자유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사람을 연기하려 했고, 시대상에 더 이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극중 특성상 혁은 2인 1역으로, 두 사람의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한다. 오완우는 이에 대해 "2인 1역을 연기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한 인물로 보여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어린 혁을 연기하는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많이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시간을 칠하는 사람'이 5·18민주화운동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독현은 "누군가에겐 상처고, 누군가에겐 잊고 싶은 사건일지 모르지만, 꼭 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이야기의 흐름은 개인의 삶을 비추지만, 어느 순간 연극이 비극적인 역사를 담고 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독현, 오완우. 두 사람이 40년 전 광주 시민을 연기하는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30일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 31일 오후 3시 ACC 예술극장 극장1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3만원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두기 객석제를 운영한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