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위해 도입한 '한국형 청소차'서 절단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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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안전위해 도입한 '한국형 청소차'서 절단 사고
정면 추돌하자 '쓰레기 적제함' 앞으로 쏠려…3명 중경상||"브레이크 말을 듣지 않았다" 진술도 논란…미화원 불안호소
  • 입력 : 2020. 02.05(수) 18:20
  • 김진영 기자
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한국형 청소차'에서 '안전 공간'에 탑승 중이던 30대 남성이 추돌사고 충돌로 밀려 내려온 적재함에 끼어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차량
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한국형 청소차'에서 '안전 공간'에 탑승 중이던 30대 남성이 추돌사고 충돌로 밀려 내려온 적재함에 끼어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차량이 터널 진입부와 추돌하면서 쓰레기 적제함의 무게가 앞으로 쏠린 것이 경찰이 파악한 원인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차량결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 1월31일 오전 10시10분께다.

광주 북구의 한 청소대행업체에서 몰던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차량이 남구 양과동 위생매립장에 쓰레기를 반출한 후 제2순환도로를 타고 주암동 방향으로 향하던 중 지원터널 진입부에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차량은 앞서 3차선 부근 연석을 1차 추돌 후 100여m를 더 내달려 터널 진입부를 들이받은 이후에야 멈춰섰다.

이 사고로 운전자 A(51)씨와 동승자 B(59)씨가 타박상을 입었고, '안전 공간'에 탑승중이던 C(39)씨는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차량은 지난 2017년 미화원 사망사건을 계기로 광주시 북구가 도입한 3대의 '한국형 청소차'중 하나다.

'한국형 청소차'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석 뒤쪽 공간에 작은 탑승공간을 마련해 도로에 노출되는 위험한 상황을 예방한 것이다.

그러나 추돌 발생사고 시 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안전 공간'이 오히려 '재난 공간'으로 돌변한 셈이다. 차량 추돌 시 '쓰레기 적제함'의 무게가 고스란히 '안전 공간'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딱 그런 상황이다. 당시 청소차는 이미 매립지에 쓰레기를 버리고 난 후 복귀하던 중이어서 비어있었고 이번 사고에서 추돌된 지점은 차량의 앞부분이었으나, 운전석과 조수석 탑승자보다 오히려 '안전 공간' 탑승한 미화원의 피해가 더욱 컸다. 더욱이 당시 안전 공간에 탑승한 미화원은 안전벨트까지 착용 중이었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운전자의 진술도 논란이다. 차량 결함에 대한 의구심이다.

당시 차량 운전자는 17년 이상 청소차을 운행했던 베테랑으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사고를 낸 적 없었다.

한 미화원은 "차량이 1차로 연석 부근을 들이받았다면 차량의 속도가 줄어들었어야 하는데 속도를 유지한 채 그대로 터널 진입부를 들이 받은 점이 가장 의문스럽다"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난 지점은 내리막길도 아니다"고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량 사고는 여러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단정할 수 없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국과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문점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 북구청은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동종 차량을 계속 운행 중이다. 북구는 운행이 가능한 예비 청소차량 2대를 가지고 있다. 사고가 난 차량 이전에 운행되던 청소차량이다.

북구 관계자는 "아직 국과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관계로 예비차량 운용을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차량은 여러 지자체에서 운행중이며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