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 변화의 바람이 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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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아쉬움 속에 변화의 바람이 불다
되돌아본 2019시즌 KIA 타이거즈 '올해의 뉴스 5'
  • 입력 : 2019. 12.24(화) 17:49
  • 최동환 기자
맷 윌리엄스 KIA 신임 감독이 지난 10월 18일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 앞서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기아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11번씩이나 차지했던 '명가' KIA 타이거즈의 2019년은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되는 한 해였다. 시즌을 앞두고 5강 후보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 9연패의 늪에 빠지며 시즌 도중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결국 7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또 '해결사' 이범호와 '에이스' 윤석민이 은퇴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박찬호·문경찬·전상현·이창진 등 투타에서 '젊은 피'들의 성장과 명가 재건을 위해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내년 시즌을 기대케 만들었다. 전남일보는 올 시즌 숨가쁘게 내달렸던 KIA의 드라마틱한 일들을 모아 '올해의 뉴스5'로 되돌아봤다.

●4년 만에 가을야구 실패

2016년 5위, 2017년 1위, 2018년 5위. KIA의 지난 3년간 성적표다. 올 시즌도 5강으로 꼽히며 가을 야구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62승 2무 80패 승률 0.437, 최종순위 7위로 4년 만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토종 4~5 선발의 부재와 외국인농사 실패, 3할 타선의 붕괴 등이 낳은 결과였다.

선발 원투 펀치 역할을 해야 할 외국인 투수 조 윌랜드와 제이콥 터너는 기복있는 투구를 하면서 각각 8승과 7승에 그쳤다.

확실한 토종 4~5 선발도 구축되지 않았다. 올 시즌 KIA의 4~5 선발에는 신인 김기훈을 비롯해 임기영, 홍건희, 이민우, 차명진, 황인준, 강이준, 양승철 등이 기용돼 젊은투수들의 시험대로 활용됐으나, 기회를 살린 투수가 없었다.

선발 마운드에선 에이스 양현종만 고군분투했다. 양현종은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하면서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4월까지만해도 4경기에서 무승에 그쳤지만 5월 이후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올시즌을 29경기 184.2이닝 16승 8패 평균자책점 2.29로 마무리해 방어율 타이틀을 쟁취했다.

2017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막강한 공격력은 실종됐다. 2017시즌 3할대를 기록했던 최형우, 김주찬, 나지완, 안치홍, 김선빈, 이명기 등 주전타자들이 모두 부진했다.

●김기태 감독 전격 사퇴

지난 2014년 10월 KIA의 제8대 감독으로 취임한 김기태 감독은 어수선했던 호랑이군단을 지휘하며 2015시즌을 6위로 이끌어 가능성을 보였고, 2016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7시즌에는 KBO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KIA는 2017시즌 종료 뒤 김 감독과 2020년까지 임기를 약속하는 3년 재계약을 했다.

김 감독은 2018시즌에도 5위로 KIA의 가을야구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올해 5월 16일 전격 사퇴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투수 임창용과의 결별과 올시즌 초반 9년 만에 9연패에 빠지는 등 13승1무29패(승률 0.310)로 최하위로 처지면서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끝내 자진해서 사령탑 자리를 내려놨다.

형님 리더십으로 KIA에 새 바람을 넣었지만, 고참 선수들과 각을 세우는 장면이 나오면서 형님 리더십에 생채기가 생겼고 '동행'이라는 KIA의 캐치프레이즈에도 흠집이 나고 만 상황을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범호·윤석민 은퇴

'해결사', '만루 홈런의 사나이', '꽃범호'로 불리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이범호는 지난 7월 13일 광주-기아챔치언스필드에서 은퇴식을 갖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범호는 2000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1년(2010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을 제외하고 KBO리그 두 팀에서 활동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시즌간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2011년부터 올해까지 KIA에서 뛰었다. 프로 통산 성적은 1995경기 타율 0.271-329홈런-1125타점-954득점이다.

이범호는 KIA 입단년도인 2011년 101경기 타율 0.302-17홈런-77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16년엔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33홈런-108타점을 달성하며 3할-30홈런-100타점을 인생 처음으로 기록하는 등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이후 이듬해인 2017년엔 타율 0.272-25홈런-89타점으로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자 끝내 은퇴를 결정했다.

한때 KIA의 우완 에이스였던 윤석민도 은퇴를 결정했다. 2005년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KBO 통산 12시즌 동안 398경기에 등판 77승(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1시즌에는 17승(5패) 1세이브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45, 승률 0.773를 기록하며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3시즌을 마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으나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2015시즌 KIA와 4년 90억원 조건으로 FA 계약을 했으나 2015시즌을 제외한 4년 동안 어깨 통증으로 대부분 재활군에에 시간을 보낸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 '젊은피' 성장

아쉬움 속에서도 박찬호·문경찬·전상현·이창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기대를 낳게 했다.

문경찬은 올시즌 54경기에서 55이닝을 던져 1승 2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1.31 기록하며 KIA의 뒷문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미완의 꼬리표를 떼고 A급 불펜투수로 발돋움했다. 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2019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발탁돼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팀의 준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불펜에서 전상현, 박준표, 하준영, 이준영 등도 성장세를 보였다. 전상현은 57경기에 나서 1승 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고, 특히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1.71의 짠물 투구를 보이며 강력한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박준표는 49경기에 나서며 5승 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했다. 이닝당 볼넷 개수는 0.96에 불과했고, WHIP(이닝당출루허용률)도 0.86으로 내년을 더욱 기대케 했다.

야수진에서는 박찬호와 이창진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박찬호는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 2홈런, 49타점, 39도루를 기록했다. 견고한 수비력으로 내야를 굳건히 지켰고 도루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창진은 올 시즌 첫 풀타임으로 397타수 107안타(5홈런) 46타점 56득점 타율 0.272를 기록했다.

●구단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선임

KIA는 지난 10월 15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54)를 3년 계약으로 제9대 사령탑에 앉혔다.

KIA는 데이터 분석 및 활용, 포지션 전문성 강화, 프로 선수로서 의식 함양, 팀워크 중시 등 구단의 방향성을 실현할 적임자로, 메이저리그에서 다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며 그 역량을 검증 받은 윌리엄스 감독을 선택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201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워싱턴 내셔널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거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9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하면서 KIA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윌리엄스 감독이 '팀 체질 개선'과 '우승'을 목표로 내년 시즌 구상 계획을 밝히면서 지난 10월 14일부터 광주와 함평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에 최형우, 나지완, 김주찬 등 베테랑 선수들도 합류했다.

이름값 보다는 실력을 우선시하는 외국인 감독의 특성상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젊은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 윌리엄스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곳곳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힘을 보탰다. 현역 메이저리거인 우완 투수 애런 브룩스(29)와 메이저리그 출신의 우완투수 드류 가뇽(29) 모두 윌리엄스 감독과의 인연으로 KIA에 입단해 내년 시즌 KIA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