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은 '왕', 빨강은 '귀족'에게만 허용된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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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퍼플은 '왕', 빨강은 '귀족'에게만 허용된 색
(28) 빨간색과 종교, 유아
  • 입력 : 2019. 11.04(월) 14:37
  • 박상지 기자

색채와 가톨릭

로마 가톨릭교회(Roman Catholic Church, 천주교)의 교리에 의하면, 빨간색 옷은 불과 피의 상징이며, 박애와 고결한 희생을 의미한다. 빨간색 문장(紋章)은 용기와 열망을 나타낸다. 제례 색에 의하면, 빨강은 희생된 제물의 피를 나타낸다. 남성의 피와 여성의 피를 구분하고 있다.

특히 로마 가톨릭교회는 색채규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추기경은 빨간 제의를 입는다. 부활절 직전의 일요일과 성 금요일 그리고 순교자들의 기념일에 가톨릭사제는 빨간 제의(祭衣)를 입는다. 또한 제대나 강독 대에도 빨간 장식 보를 씌운다.

추기경의 색은 별도로 '추기경의 퍼플(cardinals purple)'이라고 불렀고, 퍼플레드는 권력의 상징이다.

추기경의 색

그리스도인은 미사 때 상징적인 남성의 피를 마시지만, 여자가 사제직에 오를 수 없는 이유는 월경하므로 성스러운 제단(祭壇)을 더럽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의미를 가졌던 빨간 옷 색깔이 최고 특권층의 색이었으며, 퍼플은 수백 년 동안 왕에게만, 빨강은 귀족에게만 허용된 색이었다. 특히 빨간 직물의 역사는 사치의 역사이다. 가장 고귀한 빨간색은 퍼플레드(purple red)이다. 왕은 즉위할 때 퍼플레드 외투를 입었고, 최고위직 판사들도 퍼플레드의 법복을 입었다.

법복

부처가 인생의 무상함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때 붉은 옷을 입었다. 해탈하는 자는 두 겹의 붉은 천으로 된 옷을 입었고, 허리띠를 매며, 오른쪽 어깨 위에 가사(袈裟, 불교에서 승려가 입는 법의)를 걸치며, 면벽대좌(面壁對坐, 불교에서 선승(禪僧)이 좌선(坐禪)할 때 잡념(雜念)을 막기 위하여 벽을 마주하거나 다른 사람과 마주하여 앉음을 말함)하고 명상(冥想, 두 겹의 붉은 옷은 장삼, 상의는 가사, 명상에 잠기는 것은 참선을 의미)에 잠긴다.

색채와 유아

영국 심리학자인 발레타인(Valentine, Charles Wilfred, 1879년~1964년)은 그의 저서(Intelligence Tests for Children, 1848.)에서 생후 3개월 된 아기들에게 여러 가지 색으로 착색된 실타래를 2개씩 동시에 보여 주고, 각각의 실타래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을 측정하였다. 아기들은 노란색 다음으로 하얀색과 핑크색 그리고 빨간색의 순서대로 반응을 보였다.

아기들이 눈길이 머무는 색채

갓난아이는 빨강에 대해 반응하지 않으나 성장하면서 이 색을 좋아하게 되며,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원색(原色, 빨강, 노랑, 녹색, 파랑, 보라)을 구별할 수 있다.

색채의 생리학설을 신봉하는 학자인 스테이플즈(Staples, R. S.)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을 연구하였다. 이 연구는 어린이에게 원판을 보여주고, 시각적 집중력(visual concentration)의 지속시간을 측정하였다. 어린아이들이 선호하는 색의 판단근거는 일정한 눈의 응시와 손을 뻗어서 잡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판단되었다. 그 결과 어린아이들은 부드러운 중간색보다도 선명한 색인 빨강과 노랑을 잘 식별하였고, 색상의 명도와 채도(농후함)에 끌렸다.

또한 어린아이들은 검정색 크레용이 주어질 때 생명이 없는 사물(자동차나 건물을 말함)을 그리고, 여러 가지 색 크레용이 주어질 때 살아 있는 것(인간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을 말함)을 그렸다. 그 결과 어린이들의 배색기호 순서는 노랑과 빨강, 파랑과 빨강의 순이었다.

어린이들의 배색기호

미국 여성 심리학자들인 알슐러(Alschuler, R. H.)와 해트윅(Hattwick, La Berta Weiss)은 그들이 함께 쓴 저서(Art and personality : A study of young children, (1 Vols.), Chicago : Univ. of Chicago Press, (Revised, 1969), 1947.)에서 미술 정신요법에 관한 직업과 학문에 대해 연구하였다.

이것은 미술표현을 통한 인간의 개성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색채는 그림으로 나타나는 단순한 양상보다도 어린이의 정서적 본질과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린이들은 형태보다 색채에 대해 더 민감하고, 순수한 즐거움으로 색을 즐긴다. 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의 자제와 수양을 쌓아 감에 따라 본래의 색 호소력을 다소 상실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은 빨강, 주황, 분홍, 노랑과 같은 따뜻하고 밝은 색에 호감을 가진다. 이러한 색에서 그들의 내적 감정이 해방된다.

그들이 함께 쓴 위의 저서에서는 색채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였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어린이는 느낀 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반응하며, 신체적 기능이 왕성하고, 환경에 쉽게 적응한다. 스트로크(stroke)는 색을 쓰는 자국이 중요하고, 수직이나 평행한 것에 중점을 둔다. 폭이 넓은 자국과 다른 색 위에 이중으로 칠하는 것은 적대감이나 자기주장의 표현이다. 빨간색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사용되었을 때는 애정의 표현이고, 거칠고 조화롭지 못하거나 위압적으로 사용되었을 때는 적대감이나 공격적인 마음의 표시이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종종 자유로운 행동이 나타난다. 사회적 규범에 관심이 없고, 어른들이나 동무들과 사이가 좋아 적응을 잘하거나 협동해서 잘 논다. 둥글둥글한 스트로크는 애정이나 기분이 좋은 상태이다. 적의나 자기주장이 강한 경우에는 수직이나 수평의 직선을 죽 뻗게 그린 무거운 스트로크, 길고 폭이 넓은 스트로크로 화면을 덮는 경우와 다른 색 위에 겹쳐서 빨간색을 덧칠한다. 이 색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따뜻한 색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비슷하다. 빨간색은 애정에 관한 각종 감정을 나타내고, 행복에 찬 애정상태나 적의에 찬 상태가 교차된다.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은 태양을 붉게 색칠한다. 그러나 독일과 미국 어린이들은 태양을 노란색으로 칠한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