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만드는 라디오 프로 '이은다'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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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시각장애인이 만드는 라디오 프로 '이은다' 아시나요
시청자미디어센터 광장제작단 "장애인 자립위해 노력할 것"
  • 입력 : 2019. 05.12(일) 17:29
  • 양가람 기자

광장제작단이 지난 11일 센터 내 녹음실에서 장애인의 공공시설 이용을 주제로 라디오 녹음을 마쳤다. 패널을 맡은 전세빈(50)씨, 어재원(63)씨, 진행을 맡은 노동주(35)씨, 조민지(29) 씨(왼쪽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라디오제작교육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운영하는 광주장애인라디오제작단이 지난 11일 역량강화활동을 마쳤다.

광장제작단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지난해 운영한 강사지원사업 '시각장애인 라디오제작교육'에 참여했던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됐다. 지난 4월 출범식을 가진 광장제작단은 미디어봉사단과 센터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매주 토요일 센터에 모여 역량강화활동을 해왔다.

광장제작단은 교육을 통해 기획된 10가지 주제에 대한 구성원들 간 대화 형식으로 녹음실에서 직접 라디오 실습을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도 '이야기가 흐르는 은하수 다방', 줄여서 '이은다'로 정했다. 그동안 점자 도서관 및 복지관, 교통, 문화활동 등에 대해 다뤘다. 이날은 '시각장애인의 공공시설 이용'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장애인용 화장실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지적 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장애인용 화장실에 붙은 점자의 위치가 일정치 않은 점, 남녀화장실 구별도 어렵게 만들어진 점 등 구성원들이 겪은 불편함에 대해 토로했다.

이날 라디오 진행을 맡은 노동주(35)씨는 "사전 교육도 받았고 실습도 여러 번 했지만, 멘트를 준비하는 과정은 늘 어렵다"며 "하지만 멤버들과 함께 하는 작업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영화감독이기도 한 노 씨는 지난 2008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를 처음 만났다. 고2 때 시력을 잃은 그는 센터에서 교육도 받고 장비를 빌려 작품을 찍는 등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한 컷을 찍는 데에 비장애인보다 10배, 20배의 노력이 들어갔다. 그 결과 영화 세 편이 탄생했고, 서울장애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라디오 패널을 맡은 전세빈(50·여)씨는 전직 발레리나였다. 그녀는 "우리의 방송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장제작단은 후천적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력을 잃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점자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많다. 그래서 사전 구성 회의나 라디오 녹음은 미리 암기한 내용이나 애드립으로 진행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수도 줄었고 이젠 제법 라디오의 형식이 갖춰졌다.

미디어봉사단은 광장제작단의 집과 센터를 오가며 그들의 눈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사진은 차에 오르는 노동주(35)씨를 돕고 있는 미디어봉사단 김동현(66)씨.

제작단의 발전이 있기까지 미디어 봉사단의 도움이 컸다. 센터에서 활동하는 미디어봉사단은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자발적 미디어 봉사 동아리다. 사전에 에티켓 교육등을 받은 봉사단은 주말마다 집과 센터 이동을 돕는 등 제작단의 눈과 발이 되어준다. '배워서 남주자'를 모토로 한 봉사단은 시간이 남는 한 언제든 나와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회 역량강화활동이 끝나 오는 6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녹음작업을 진행한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채널이 확보되면 그간 녹음한 내용들과 함께 송출할 예정이다. 현재 센터는 광주시민방송, KBS광주라디오 등과 채널 확보를 위한 협의 중이다.

라디오 제작 담당을 맡은 이성균(36)씨는 "지상파 송출을 우선으로 뒀지만, 비장애인의 도움 없이도 자립적·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garam.y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