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엔 이웃에게 희망을… 산타가 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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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크리스마스엔 이웃에게 희망을… 산타가 된 시민들
용봉동 주민들 '우리동네 몰래산타 대작전'||소외 어린이 찾아가 선물·사랑의 편지 전달
  • 입력 : 2018. 12.23(일) 17:54
  • 김정대 기자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들이 지역 소외이웃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동네 몰래산타 대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생활정치발전소 제공
"올 한해도 밝게 자라줘서 고맙구나."

지난 20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빨간색 '산타복'을 입은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들이 마을의 소외가정 어린이들을 찾아가 건넨 편지에 적힌 글귀다.

평범한 가정의 어린이들에게는 선물을 받을 기대감에 부풀어 오를 때이지만, 한부모가정·조손가정 어린이들에겐 사정이 여의치 않다.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들이 해마다 '우리동네 몰래산타 대작전'을 펼치고 선물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이유다.

23일 광주 북구 용봉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따르면 주민 40여명이 지난 20일 광주 북구 용봉동 새봄어린이공원에서 발대식을 갖고 '우리동네 몰래산타 대작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용봉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용봉동행정복지센터와 희망지기단, 생활정치발전소 등 민·관이 함께 추진했다.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청년, 노인층까지 지역의 다양한 세대가 산타로 참여해 소외이웃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우리동네 몰래산타 대작전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용봉동만의 연말 사랑나눔 행사다.

몰래산타가 방문할 대상 가정은 용봉동행정복지센터와 인근 초등학교를 통해 희망하는 보호자의 신청을 받아 선정했다. 어린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미리 조사하고, 보호자가 직접 쓴 사랑의 편지도 마련해 뜻깊은 활동이 되도록 꾸몄다.

편지에는 '올해도 밝게 자라줘서 고맙다. 내년에도 그렇게만 자라주렴', '양치를 잘 해 줘서 고맙구나', '혼자서도 옷을 잘 입어서 뿌듯하구나' 등의 내용이 적혔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할 나이에도 스스로 자신의 일을 헤쳐나가야 하는 소외 어린이들의 사연이 엿보여 주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약 1개월의 모집기간을 통해 40여명의 주민들이 몰래산타에 참여했다. 산타학교를 통해 풍선아트, 캐롤 율동 등을 숙지한 이들은 이날 동네 소외가정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배달하는 '우리동네 몰래산타'로 변신했다.

미리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아이들마다 맞춤형 선물을 전달했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은 주로 인형이나 축구공, 야구 글러브 등을 갖고싶어 했다. 산타들은 아이들을 위한 캐롤 율동을 선보이며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유지호 용봉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은 "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이날이 2018년을 잘 마무리 짓고, 내년을 힘차게 내딛는 힘을 얻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정달성 생활정치발전소장은 "주민분들은 연말에 뿌듯한 일을 해보려 산타를 자처하지만,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받고 돌아간다고들 한다. 사랑을 배달하는 것을 물론 사랑을 받기도 하는 것"이라며 "작은 마음들이 모일 때 마을공동체가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주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