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대통령은 마음을 바꿀 권리가 있지만 연준 의장 지명 결정이 임박한 건 아니다(not imminent)”라면서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많은 좋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후임을 9∼10월까지 조기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올여름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WSJ 보도 이후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최대 0.7% 하락했다. 이후 하락 폭이 줄어 0.5% 떨어진 수준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이는 2022년 3월 초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달러화 가치는 미국 재정적자와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속에 올해 들어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11개월 남아있다. 후임 후보군으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월러 이사는 이달 20일 CNBC 인터뷰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고용 시장이 급락할 때까지 기다린 뒤 금리인하를 개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금리인하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한 파월 의장의 견해와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데 대해 점점 더 불만을 표시해왔다. 25일에는 파월 의장의 후임자 면접을 시작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나는 내가 고를 3∼4명을 알고 있다”면서 파월 의장에 대해서는 “끔찍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림자 연준 의장’을 앞세워 파월 의장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한편 연준이 더 빨리, 더 많이 기준금리를 내리도록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적 요소는 개입되지 않으며,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에만 목표가 집중된다고 강조해 왔다.
일본 금융그룹 MUFG의 리 하드맨 선임 통화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금리 인하에 더 개방적인 성향을 가진 의장 후보는 현재 달러화 약세 추세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한 후 달러 대비 최대 0.7% 상승했다.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켈빈 라우 중국·아시아 지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연준 의장 후보의 조기 지명 가능성으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으며, 이는 달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
노병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