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7일 공개된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가져온 이 정지 화면에는 이스라엘-이란 공중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란 테헤란에서 불길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
이란 역시 최근 이스라엘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동원했다고 밝히는 등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날이 밝기 전 이른 새벽부터 크고 작은 폭발음이 울렸으며 오전 5시께에는 도시 전체에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앞서 이스라엘은 테헤란 메라바드 국제공항 남쪽에 주거·군사 시설, 제약 회사들이 위치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50대가 넘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지난 몇시간에 걸쳐 테헤란에서 공습을 수행했다”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로 테헤란에 원심분리기 생산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지대지·지대공 미사일 생산에 사용되는 원자재와 부품 생산 시설도 이번 공습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습 후 엑스(X·옛 트위터)에 “토네이도가 테헤란을 지나간다”며 “이것이 바로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방식”이라고 적었다. 또 “방송국과 다른 목표물 등 정권의 상징물들이 폭격당하고 파괴되며 수많은 주민이 피난길에 오른다”고 덧붙였다.
폭격 몇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거 작전까지 거론하면서 이란에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하루 단축해 급거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안보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미국 개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방공방이 이스라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은 이날 보도된 이란 SNN통신 인터뷰에서 “핵시설 상태는 양호하다”며 “핵시설 직원들의 사기는 매우 높고, 확고한 의지로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영 IRIB 방송은 나탄즈 핵시설이 있는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일대에서 이스라엘의 최첨단 헤르메스900 무인기(드론)이 격추됐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대공미사일에 맞은 드론이 이란에 추락했다고 확인하면서도 정보 유출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영 IRNA 통신은 수도 테헤란 인근 바라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F-35 전투기가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F-35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한다. 파르스 통신은 이스라엘 전투기의 조종사들이 진술하는 내용이 방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극초음속 미사일인 파타-1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이날 국영 TV를 통한 성명에서 “파타흐-1 미사일을 이용한 자랑스러운 ‘진실의 약속Ⅲ’ 작전의 11번째 공격을 수행했다”며 “이란군이 점령된 영토(이스라엘)의 상공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파타-1은 이란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며 2023년 처음 선보였다. IRGC가 당시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중간비행 단계에서 최대 마하 13∼15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최장 사거리는 1천400㎞다. 최종 재진입 단계에서도 마하 5 이상의 속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기권 밖에서도 궤도를 변경할 수 있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파타-1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일부 비행 단계에서 마하 13 이상의 속력을 낸다고 하더라도 통상 극초음속 미사일의 요건으로 거론되는 대기권 내에서 극초음속으로 기동이 가능한 지 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미국 CNN 방송 등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강하게 경고하면서 테헤란을 빠져나가려는 피란 행렬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시내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는 등 도시가 텅 비어가는 모습이었다고 AP는 전했다.
테헤란 도심 밖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피란 가는 차로 꽉 막혔고 주유소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한 테헤란 주민은 AP와 통화에서 “아무도 이 도시에 살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엿새째에 접어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활동가들(HRAI)은 이날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전역에서 최소 585명이 죽고 1천326명이 다쳤다고 추정했다. 사망자 중에서 239명이 민간인이며 126명은 보안 요원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란 당국은 이번 충돌로 발생한 사상자 수를 즉각 집계해 발표하지 않는다. 지난 16일에 발표한 마지막 공식 집계에서는 사망자가 224명, 부상자 1천277명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까지 이스라엘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민간인 등 24명이 죽고 804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또 지난 13일 이후 이란에서 탄도미사일 약 400기가 발사됐다고 덧붙였다.
이정준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