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이 지난 4일 서구 풍암동 먹자골목 일원에서 골목형상점가별 상인회, 자생단체회원들과 함께 홍보물을 나눠주며 서구 골목경제 100 프로젝트 ‘온누리상품권 알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동에서 13년째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류명호(44)씨는 요즘 오랜만에 ‘장사할 맛’을 느끼고 있다. 동네 상인들과 지자체가 힘을 모아 노력한 끝에 지난달 이 일대 상권이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된 덕분이다.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찾은 류씨의 가게는 다소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였다.
류씨는 “코로나19도 버텨냈는데, 지난해 12·3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로 매출이 20~30% 줄었다”며 “최근 손님들이 상품권 사용처를 찾으면서 매출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지역 경제의 중추인 소상공인들이 힘을 얻는 반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구는 ‘골목경제 119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지역 내 모든 상권을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골목형 상점가는 2000㎡ 이내에 소상공인 점포가 15개 이상 밀집하고 상인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지정된다. 지정된 상점가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해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고, 업주들은 중앙·지방정부의 각종 지원 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서구 내 112개 상권이 골목형 상점가로 선정됐으며, 이달 말까지 7곳이 추가로 지정될 예정이다. 광주 전체 208개 골목형 상점가 가운데 절반 이상(53.8%)이 서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기존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했던 양동전통시장을 포함하면, 이달 중으로 제외 업종 등을 뺀 대부분 상권이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까지 단 4곳 지정에 그쳤던 서구는 ‘장기불황 극복’이라는 목표 아래 상인들과 공직자들이 힘을 모으면서, 유례없는 확산세를 만들어냈다. 서구는 골목형 상점가 내에 57명의 홍보지원단을 배치해 상품권 가맹점 안내와 등록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상인회에서도 가맹 등록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며 업주들의 참여율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관이 협력해 온누리상품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골목형 상점가는 소비자 인지도가 낮고, 참여 가맹점도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전면 지정으로 지역 전체가 하나의 상권처럼 묶이고, 각종 지원 공모사업 참여 기회까지 확대되면서 골목상권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만큼, 가맹점 확대를 통한 소비처 다변화는 서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골목경제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가게에서 상인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상필(55)씨는 “확실히 동네 상권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끊겼던 손님들의 발길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력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은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나 지자체 예산 부담 없이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체 지역화폐 발행에는 시간과 예산이 부담인 만큼, 온누리상품권 활성화가 서구와 같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도시 자치구에서는 더욱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시중은행에서 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모바일로 사용하는 디지털 상품권은 월 200만원까지 1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오는 9월말까지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결제액의 10%를 환급해 주는 추가 혜택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사용 시 자체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혜택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조모(48)씨는 “식료품점은 물론이고, 학원과 미용실, 병원과 같은 동네 대부분 가게에서 쓸 수 있어 살림살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며 “최대 20%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기성 광주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전국 최초로 지역 전체를 골목형 상점가로 확대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전국 골목으로 서구의 사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고사 위기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이고 신속한 지원책도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