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가 25일부터 오는 6월22일까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이곳에 설치된 영상 작품 ‘꽃 핀 쪽으로’. 박찬 기자 |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가 25일부터 오는 6월22일까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전시관 한편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영상 작품 ‘어린 새, 소년’과 ‘제1장 어린 새’가 교차로 상영된다. 박찬 기자 |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를 장악했고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을 가했다. 당시 무장한 군인들을 맨손의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서던 비현실적 순간, 소설 ‘소년이 온다’의 동호는 오월항쟁의 시공간을 건너 현재의 우리를 바라봤다. 45년 전 광주 오월의 처절했던 순간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가장 인간다운 행위로 총칼에 맞섰던 순간은 마치 5·18 광주시민의 목소리가 현재와 조우하는 경험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 후 처음 맞이하는 5월이다. 45주년 5·18을 더욱 조명하기 위한 전시가 마련됐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가 25일부터 오는 6월22일까지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관에서 열린다.
5·18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동시에 소설의 텍스트를 목소리로 복원해 들려주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총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눠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전광판 사진 위에 블루프린트 천을 덧씌운 설치작업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분수대로부터 뿜어져 나와 물처럼 보이는 블루프린트 천은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는 영정사진을 의미한다. 항쟁 당시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주변 광장에 빽빽하게 모인 불특정의 사람들을 찍은 사진 위에 덧씌워져 있는데, 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돼 묘지조차 없이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기리는 역할을 한다.
![]()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의 첫 번째 섹션인 ‘작은 서가’에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다양한 번역본을 확인할 수 있다. 박찬 기자 |
![]()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의 세 번째 섹션인 낭독부스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이곳에 들어가 책을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다. 스페인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국가의 번역서들도 자리해 외국인 관객들도 함께 낭독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찬 기자 |
두 번째 섹션에서는 3개의 영상이 독립된 채널로 상영된다. 전시장 오른쪽 한편에는 영상 작품 ‘제1장 어린 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과 짝을 이루는 작품은 지난 2023년 제작된 ‘어린 새, 소년’이다. 당시 소환된 동호의 시야를 따라 흐릿한 광주의 모습에서 시작해 점점 또렷한 모습으로 변한다. 두 영상은 동호엄마의 독백 영상인 ‘꽃 핀 쪽으로’에 대한 답변이며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광주로 걸어온 소년을 함축한다.
영상 ‘꽃 핀 쪽으로’에서는 6명의 어머니와 현재를 살아가는 다중 화자들이 소설 ‘소년이 온다’의 제6장을 낭독한다.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묻은 동호 어머니의 독백을 따라 5·18의 이야기는 천천히 목소리에서 목소리로 이어진다.
세 번째 섹션은 낭독부스에 들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다. 설치작업으로 구현된 이 섹션은 책과 녹음시설이 갖춰져 있다. 관객들은 이곳에 들어가 ‘소년이 온다’의 각 단락을 이어가며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다. 스페인어, 몽골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국가의 ‘소년이 온다’ 번역서들도 비치돼 외국인 관객들도 함께 낭독에 참여할 수 있다.
한편 ‘소리 없는 목소리’는 2년 전 열렸던 동명의 전시를 번역 추가 및 내용을 보완해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행사들도 마련된다.
개막일인 25일에는 오후 5시30분부터 오프닝 행사와 강애심·권지숙 배우의 낭독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두 배우의 특별한 낭독이 공동체를 잇고자 마련한 이번 전시에 울림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4일에는 오월어머니집(윤삼례, 최은자, 이정덕, 장명희, 김형미)을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한다. 오월어머니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물건을 통해 오월을 이야기하며 관객들과 공유할 전망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