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10시2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의 단독주택 4곳의 외벽과 대문 등에 균열이 발생했다. 사진은 대문이 무너진 잔해 모습. 독자 제공 |
지난 21일 오후 10시20분께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4곳의 외벽에 균열이 발생하고, 일부는 대문이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민 6명이 인근 임시거처로 긴급 대피했다.
22일 오전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의 긴박함과 당혹스러운 심경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남원(75)씨는 “갑자기 굉음이 들려 매우 놀랐다. 또 다시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현장 일대에서는 아스팔트 도로와 건물 외벽이 갈라져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너져 내려버린 구조물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임시 수습이 된 상황이었지만, 언제 사고가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여전히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과 인접한 곳으로 사고가 난 주택 뿐 아니라 주변 건물 등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업주들은 매장 내부의 지반침하, 누수흔적, 균열 등을 보여주며 건물 내부의 상황을 설명했다.
박정아(53)씨는 “큰 사고가 일어날 전조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 지하철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천장의 균열 때문에 무너질까 두려워 항상 머리를 감싸고 지나다닐 정도”라며 강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업주의 경우 직접 장판을 칼로 잘라 금이 간 바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철승(61)씨는 “지하철 공사를 시작한 후로 벽이 다 갈라지고 문도 닫히지 않는다”며 “단차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 주변에서 접수되는 건물 피해는 비단 사고현장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찾은 동구 지산동에서 만난 주민들도 공사 현장과 인접한 건물이 흔들리는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타이어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견고하게 지어진 건물이 매일 흔들리고 장마철에는 누수로 고생하고 있다”며 “시청에도 민원을 넣어 시공사를 만나 조치를 받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시작된 이후 광주시에는 관련 피해 발생 민원이 총 2846건 접수됐다. 최근 3년 기준 2022년 588건, 2023년 594건, 2024년 67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도시철도본부와 북구 등은 중흥동에서 발생한 건물 균열 사고와 관련해 대책 회의를 열고 정기적으로 안전 관련 회의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추가 피해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도시철도본부 관계자는 “현재 조사 기관에 의뢰를 맡겨놓은 상태다. 정확한 원인 파악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도시철도 공사의 영향 보다는 주택의 노후화가 주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