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거리 나앉은 노숙인들···“체계적인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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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혹한기 거리 나앉은 노숙인들···“체계적인 지원 필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동행 취재
광주 노숙인 20여명 위생·안전 위험
거리생활 고집해 적극 개입 어려워
2월까지 매일 저녁 보호 활동 나서
  • 입력 : 2025. 01.21(화) 18:47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지난 15일 오후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 요원들이 광주 남구 남광주시장 지하주차장에서 한 노숙인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지난 15일 오후 8시 찾은 광주 남구 남광주시장 지하 주차장. 매서운 한파 속에서 60대 노숙인 여성은 낡고 솜이 다 죽은 이불을 덮고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있었다.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센터) 상담 요원이 다가가 말을 걸자 그녀는 “왜 귀찮게 하느냐”며 거칠게 반응했다. 핫팩, 따뜻한 음료, 빵 등 필요한 물품을 건네려 했으나 “다시 오지 말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상담 요원들이 한 노숙인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같은 날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노숙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 A씨는 익숙한 듯 상담 요원들을 맞았다. 그는 방한용품과 음식을 받아들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4년째 거리 생활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센터에 입소해 임시 보호를 받았지만 다시 거리로 나와 노숙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는 “근처에 동생 집이 있어서 괜찮다, 여기가 편하다”고 말해왔다.

한 남성 노숙인 B씨는 “돈이 없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본가인 곡성으로 가는 버스비가 없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B씨는 상담 요원들이 묻는 말에 자세하게 대답했다. 다만 상담 요원들의 센터 입소 권유에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고민해 보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날 광주센터 상담 요원들과 현장 보호 활동을 진행해 본 결과 겨울철 추운 거리 생활을 하는 이들은 한파와 위생·안전 문제에 노출된 상태였다.

센터에 따르면 현재 광주 지역에는 약 20여명의 노숙인이 거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센터는 경찰과 지자체 신고, 시민 제보, 그리고 직접 현장을 돌며 노숙인을 발굴하고 있다.

센터에 입소를 희망할 경우 20일간 임시 보호를 제공한 뒤, ‘무등노숙인쉼터’나 ‘광주희망원’과 연계해 장기적인 관리를 돕는다. 자활을 선택한 경우 주 5일 하루 3시간 근무로 최저 생계비를 지원받는 일자리를 알선하고, 모텔·여관 등에서 월세로 거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이를 거절하고 거리 생활을 고집하는 탓에 적극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 신용 문제 등으로 신원을 밝히는 것을 꺼리고 일부는 정신적인 문제도 앓고 있어 센터 입소를 거부하거나 입소 후에도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거리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센터는 주·야간 보호 활동과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마련된 도시락 나눔을 통해 거리 노숙인에게 센터 소개 및 보호시설 이용을 유도하거나 간식, 방한용품,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센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백지선 센터 상담 요원은 “대부분의 노숙인은 개인 생활을 중시해 센터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소 뿐만 아니라 원하는 방식으로 행정적인 지원을 하려고 해도 노숙인들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이 어려워 난감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유형태 센터 상담 요원은 “노숙인 숫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강제로 (지원을) 추진할 수 없는 탓에 매일 보호 활동을 통해 건강관리와 물품 나눔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광주 지역 노숙인은 지난해 15명에서 올해 다시 20여명으로 늘었다. 노숙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지원 구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다시서기센터는 오는 2월28일까지 ‘노숙인 동절기 집중 보호 활동’을 통해 주 3일 도시락 나눔과 매일 저녁 보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