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3500년전 이집트 연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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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3500년전 이집트 연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아이다>
베르디, 수에즈운하 개통 기념 제작
매년 카이로서 공연…최고 관광상품
1991년 광주문예회관 개관기념 공연
웅장한 음악·화려한 무대 퍼포먼스
  • 입력 : 2025. 01.02(목) 17:48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
이집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하면 피라미드 같은 이집트 고대 유물, 이집트에 막대한 부를 안기고 있는 홍해와 지중해를 잊는 수에즈 운하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와 나일강 변의 도시 테베를 배경으로 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AIDA, 1870>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이로 오페라 극장의 위촉을 받아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올려졌는데, 지금까지 피라미드가 보이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매년 제작되며 엄청난 관광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
당시 이집트의 왕 파샤 국왕은 카이로 극장 개관과 함께 올려지는 작품이 수에즈 운하 개통과 극장 개관의 의미와 상충 되는 작품인 것에 불만이 많았고, 이러한 의미를 담은 새로운 작품을 고안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거액의 작품료 제의에도 꿈쩍도 안 하던 베르디는 이집트 전문가인 프랑스의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트의 소설 『멤피스의 신전』의 초고를 읽고 매료되어 작곡을 승낙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마리에트는 이집트 멤피스의 돌무덤에서 35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녀의 해골을 발견한 후 이 남녀가 연인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소설을 썼다고 전해진다. 이 줄거리를 바탕으로 프랑스의 카미유 뒤 로클이가 프랑스어 대본을 썼고, 이를 기반으로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가 다시 이탈리아어로 대본 작업을 그리고 베르디가 이 대본을 기반으로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
광주광역시와도 <아이다>는 관련이 깊다. 1991년 광주광역시의 문화진흥을 위한 당시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개관과 함께 사단법인 광주오페라단이 개관기념 작품으로 <아이다>를 올렸기 때문이다. <아이다>는 이탈리아의 ‘베로나 오페라 축제’ 때 올려지는 단골 레퍼토리이다. 유럽의 최고, 최대의 야외 오페라 축제장인 2000년 전 지어진 이탈리아 ‘Arena di Verona’에 올려진 <아이다>는 엄청난 규모로, 함께 하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베로나의 <아이다>는 당시 나일강을 재현하기 위해 풀장을 만들기도 하고 코끼리나 낙타가 등장시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
<아이다>의 내용을 살펴보자. 에티오피아 공주인 주인공 아이다는 이집트에 노예로 잡혀 왔다. 그리고 그녀는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연인 관계이다. 이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사람은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로 그녀는 라다메스를 짝사랑하고 있다. 아이다의 아버지 에티오피아의 왕 아모나스로는 이집트와 적대관계인 이집트를 침공하고 라다메스가 이집트군 사령관으로서 나가게 되는데 아이다는 자신의 조국과 아버지 그리고 연인인 라다메스 때문에 깊은 고민에 잠긴다. 얼마 후 에티오피아 포로에 섞여 있는 아모나스로는 라다메스의 행렬과 함께 등장한다. 파라오는 라다메스에게 개선장군으로서의 소원을 묻고, 그는 에티오피아인 포로들의 석방을 소원하지만, 람피스 등 사제들의 반대로 포로들은 이집트의 노예로 명을 받게 된다. 한편 파라오는 라다메스에게 암네리스 공주와 결혼을 제안한다. 암네리스는 이러한 파라오의 제안에 기뻐하며 밤이 되자 신들에게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기 위해 신전에 간다. 신전에는 라다메스를 기다리는 아이다가 있다. 그리고, 이때 아모나스로가 나타나 에티오피아로 도망할 수 있도록 라다메스에게 간곡히 부탁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 신전에 등장한 라다메스에게 아이다는 에티오피아로 도망가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라다메스는 사랑하는 아이다를 위해 이러한 제안에 동의하고 함께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그녀에게 말해준다. 숨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모나스로가 나타나 자신이 에티오피아의 왕이자 아이다의 아버지라는 신분을 밝히고 라다메스가 밝힌 그 경로로 사람을 보낼 것이라 이야기한다. 신전에서 기도하던 암네리스 역시 이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었으며, 그녀는 라다메스를 배신자라고 힐난한다. 병사들이 이윽고 등장하자 도망치는 아모나스로와 아이다, 그리고 억류되는 라다메스를 볼 수 있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암네리스는 그에게 변명을 통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설득한다. 하지만 그는 아이다를 위해 침묵하며 무덤의 석실에 산채로 갇히는 벌을 받아들인다. 암네리스는 사제들에게 그의 구명을 해보지만, 용납이 되지 않고, 실망에 사로잡힌 암네리스는 라다메스에게 아모나스로는 죽었으나 아이다는 살아있다는 소식을 무덤이 닫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해준다. 하지만 라다메스의 소식을 들었던 아이다는 도망가지 않고 석실에 몰래 숨어 들어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두운 석실 속에서 만난 두 연인은 함께 죽음의 길을 택하며 마지막 두 연인의 사랑의 이중창과 밖에서 그들의 사랑이 완성되길 기도하는 암네리스의 음성이 오버랩되며 막이 내려진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공연 모습. 사진 오른쪽은 라다메스 역의 테너 이용훈.
오페라에 관한 문외한이라도 오페라 <아이다>의 개선 행진곡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티브이 광고 음악뿐만 아니라 국경일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 음악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이 작품 중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개선 행진곡’은 라다메스 장군의 전쟁 승리를 축하하는 개선 장면에 등장한다. 군중들의 혼성합창이 장대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파라오와 람피스를 비롯한 제사장들 그리고 호위 무사들이 들어온다. 이들이 자리를 잡고 위치하면 노예인 주인공 아이다와 시녀들을 데리고 암네리스 공주가 등장하여 국왕 옆에 앉는다. 그리고 드디어 승리한 이집트 군대가 개선 행진곡에 맞춰 입장하고, 주변에서는 남녀 무용수들이 축하의 춤을 추며 마지막에 승리의 주인공 라다메스 장군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장면을 오페라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장대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기다란 팡파르 트럼펫의 강렬하고 당당한 선율의 연주와 웅장한 합창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압도된 음악과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1908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오페라 컴퍼니의 오페라 ‘아이다’ 포스터.
<아이다>는 오페라뿐만 아니라 뮤지컬로도 국내와 세계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화 ‘라이언 킹’에서 음악을 맡은 엘튼 존이 제의로 만들어진 뮤지컬 ‘아이다’는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16개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으며 뮤지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토니상에 4개 부문에서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고 한다.

베르디의 <아이다>는 그의 만년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돈 카를로>,<오텔로>와 함께 언급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장대한 무대 스케일로 인해 이를 구현해내기 어려워 세계 유수 극장들도 베르디의 다른 작품보다 자주 못 올리고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라는 배경과 서사를 이용하여 웅대한 무대효과와 음악적 효과를 살려 그랜드 오페라로 이 작품을 올리기에는 극장 공간의 문제라던가 이를 뒷받침 할 재정적 문제가 많이 제기된다. 이러한 이유로 그 규모와 스펙터클을 살리기 위해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 등이 축제 시즌 중 단골 레퍼토리로 자주 올려지며, 오페라 마니아들은 특별한 <아이다>를 보기 위하여 베로나로 향한다. 저자 역시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제대로 된 <아이다>를 만날 수 있었다. 딱딱한 좌석 위에 방석 하나를 깔고 앉아, 봤던 공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장대한 스케일 뿐만 아니라 원형 극장의 놀라운 자연 음향과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탁월한 연주는 공간과 제정의 압박으로 편집을 걸쳐 올린 다른 <아이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였다. 2025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하이라이트 역시 <아이다>라 할 수 있다.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같은 베르디 명작을 비롯해 <카르멘>과 같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명작 오페라들이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아이다>는 그 명성 때문인지, 가장 많은 횟수가 공연되지만, 항상 조기 매진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며 특별한 경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빠른 예매가 필수이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명곡감상 : 베르디 <아이다> 중 ‘개선 행진곡’(https://www.youtube.com/watch?v=xLkdSIPvWzM)

◇다니엘 워렌 지휘 ◇오케스트라 : 아레나 디 베로나 오케스트라 ◇합창 : 아레나 디 베로나 합창단 ◇발레: 아레나 디 베로나 발레단 /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2018년 공연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