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
더불어민주당 독점 구도인 시의회는 지난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도 경선 담합에 따른 갈등을 빚는가 하면 원구성 과정 역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파행을 겪는 등 잦은 ‘자중지란’ 분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2시 제3차회의를 통해 의회사무처의 2025년도 예산·운영 일정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13분 만에 종료됐는데, 사유는 ‘사무처가 요청한 일정·예산 증액 건과 관련해 의원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앞서 사무처는 기존 4~5월에 진행되던 시정질의를 3월로 앞당기자는 제안과 함께 예산 증액 등을 건의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의원들 간 질의·논의를 거쳐 정회가 선언되던 것과 달리, 박남언 의회사무처장의 제안 설명이 끝나자마자 정회에 들어가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기된 일정은 29일 오후 1시 재개된다.
광주시의회 파행의 진원지로 운영위원회가 지목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정다은 운영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내분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도 사실상 ‘정 위원장에 대한 불신’에서 나왔다는 관측이다. 의회 운영위는 교문위·환복위·산건위·행자위 등 각 상임위에서 2명씩 차출돼 꾸려지는데, 해당 운영위원들은 정 위원장이 의원 간 갈등을 조장하고 취합된 의견을 왜곡해 전달하는 등 상임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의원들은 부위원장이 진행할 것을 제안했으나, 정 위원장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회의 직전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의원들은 외면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운영위원장이 선출된 후 지난 3개월 간 쌓인 것들이 지금 터졌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광주FC에서 낸 유감 입장문과 관련해 의원들이 ‘의회 차원 입장문을 내달라’고 했으나 위원장 선에서 흐지부지 됐다”며 “그외에도 일정 조율·공유 등에서도 소통의 아쉬움, 의원들의 의견에 ‘계파해석(친강기정·친민형배 등)’을 하며 왜곡된 내용을 스스로 확산·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벌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강’으로 꼽히는 정 위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비강’세력이 현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계파는 없다. 운영위원장으로서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선 신수정 의장의 중재가 절실한데 신 의장은 사건 당일 병가를 내고 치료·요양에 들어갔다. 내달 13일 정례회 폐회에 나올 예정이어서 그 사이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의장은 “의회에서 발생한 내홍에 대한 얘기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회복 여하에 따라 복귀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집안싸움’을 보는 지역정가와 지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민주당원 정남현(36)씨는 “불과 3개월 전 원구성 당시 파행을 빚어 광주시당에서 공식적으로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난다”며 “내년 시의 예산을 심의하는 시기에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잊고 낯부끄러운 감정싸움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같은 당끼리도 이러니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씁쓸해했다.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김용임 의원(운영위·산건위)도 “운영위원들은 각 상임위를 대표해 간 거다.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게 운영위원장”이라며 “당을 떠나 한 의원으로서 이번 사태가 정말 안타깝다. ‘원팀으로 더 잘하자’는 의미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정 위원장이) 지적된 사항에 대해 인정하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48)씨는 “툭하면 자리싸움에 집행부와 소통도 원만하지 못해 시정업무 차질을 초래하는 의원들이 과연 시민들의 혈세로 마련된 의정비를 챙길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의원들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