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차량에 초등생 참변…사유지 내 인도 法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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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수거차량에 초등생 참변…사유지 내 인도 法 사각지대
폐기물 수거장 주차과정서 사고
아파트 단지 등 도로법 미적용
주민 커뮤니티 등지 불안감 확산
“자발적 보행자 안전대책 마련을”
  • 입력 : 2024. 11.05(화) 18:40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전국의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단지 내 인도 진입과 주정차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캡쳐
지난 4일 광주 서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도 위로 주차선이 그려져 있고, 차량이 줄 지어 주차돼 있다. 윤준명 기자
최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인도로 진입한 쓰레기 수거차량에 하교하던 초등생이 치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한 가운데,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 내 인도가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입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유지 내 교통 안전시설물 보강 등 보행자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A(49)씨가 몰던 5톤 폐기물 수거차량이 후진하던 중 하교하던 김모(7)양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김양은 현장에서 숨졌다.

A씨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위해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 인도에 후진으로 주차하던 과정에서 김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가 몰던 수거차량에는 후방 경고음과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지만, A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이드미러를 보고 후진하다가 김양을 보지 못했다”고 자신의 부주의를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단지 인도 내 차량 진입과 주정차 등을 막을 방법이 없어 안전대책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광주 서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체육시설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곳은 인도를 지나쳐 10여m를 주행해야 주차할 수 있어 사고 발생이 우려됐다. 윤준명 기자
도로교통법 제32·33조 등에서는 인도를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10m 이내 △어린이보호구역 등과 함께 6대 주정차금지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 인도 등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의 효력이 적용되지 않아 지자체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단속 및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불법주차 방지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지상 25㎝ 높이로 정해진 인도 설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주차 면수보다 등록차량의 수가 많은 도심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인도 위 주차가 허용되거나 묵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찾은 광주 서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도 위에도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운전자들의 차량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아예 인도 위로 주차선을 그리거나 인도를 지나쳐 10여m를 주행해야 주차할 수 있는 체육시설을 야간 주차 허용구역으로 지정했다. 이곳 체육시설은 주민들의 보행로로도 기능해 주민과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 터라 주차를 위해 진입하는 차량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됐다. 실제로 주차하기 위해 후진하던 차량이 학원 등에서 하원하는 학생 무리를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 수거차량 참변 이후 광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서는 단지 내 차량의 인도 진입과 주정차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우리 아파트도 택배차량 등이 인도 위에 주정차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차량의 인도 진입으로 인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위험하다’, ‘광주 참변 이후에도 인도 위 주정차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 4일 광주 서구 유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도 위로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윤준명 기자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사유지 관계자들이 보행자 안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도로시설물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파트 등 사유지는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규정되지 않아 보행자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등 사유지 관계인들이 자발적으로 도로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