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5주년을 맞은 지난 3월 1일 광주 광산구 홍범도공원에서 고려인마을 주최로 3·1절 만세운동 재연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
책은 가혹한 탄압으로 조선을 집어삼킨 조선총독부와 경찰들, 일신의 부귀와 영달을 위해 나라와 동족을 팔아넘긴 친일파들, 민중의 들끓는 저항이 폭발했던 3·1혁명의 순간들과 그 이후의 대중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분열, 식민지 경성에서 벗어나 간도·연해주·상하이·하와이를 넘나들며 해외에서 독립의 가능성을 모색했던 이들, 무장투쟁과 의열투쟁으로 독립을 향한 의지를 불태운 독립투사들, 우리에게 다소 생소했던 김알렉산드라, 윤희순, 남자현 등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가급적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부역자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1~7권까지 100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회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가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얽히고설킨 관계를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며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박 화백은 만평작가 출신답게 촌철살인의 감각으로 당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현재적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또한 시기별 연표를 본문 끝에 수록해 연도별 국내와 세계의 주요 사건들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부록 ‘인명사전’에서는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의 생애와 역사적 평가에 대해 촘촘한 정리를 곁들였다. 특히 7권에서는 만주침공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의 승승장구에 많은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가 친일파로 전향한 과정과 행위 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주로 사회지도층으로 귀족, 관리, 군인, 예술계, 종교계, 재계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된 친일파들은 전쟁 협력과 내선일체를 선전하는 일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해방 이후에도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며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자리 잡았다.
만화를 통해 스토리로 이해하고, 부록을 통해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하면서 살아 숨 쉬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만나보자.
저자 박시백 작가는 “일제 강점 35년의 역사는 부단한, 그리고 치열한 항일투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더불어 “가급적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부역자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고 밝힌다.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는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흔히 답한다. 하지만 나랏일을 하는 이가 아닌 평범한 우리에게는 좀 추상적인 답변이다. 혹자는 역사에서 살아갈 지혜를 얻는다고도 한다. 그런데 항일투쟁의 길은 고난과 죽음의 길이었던 반면 친일 부역의 길은 안락과 영화의 길이었다. 후자처럼 사는 게 역사에서 얻는 지혜가 되어버리고 만다면 역사를 배우는 건 너무 참담한 일이 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