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척박한 지대여서
마을을 지나거나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멍멍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이따금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들이 보여
지루함을 덜 수 있었고
이대로 가면 세상의 끝이 나오려나 했을 때
몇몇 유목민 천막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방향도, 공기도 없는
혹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이런 것인가?
꼬락서니가 별반 다리지 않는 나였지만
한 아이가 달려오다 말고 멈칫거린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아이의 마음을.
하늘의 태양과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하다.
광야에 두고 온 그 아이가 지금도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