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마라톤>초등생부터 76세 최고령 할머니까지 ‘힘찬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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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호남마라톤>초등생부터 76세 최고령 할머니까지 ‘힘찬 레이스’
●호남마라톤 이색 참가자들
남아공 국적 외국인 참가자 눈길
20대 청년 달리기 모임 ‘위아런’
초보자, 생애 첫 완주 목표 달성
페이스 조절 ‘광화문페이싱’ 활약
  • 입력 : 2024. 04.21(일) 18:16
  •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
제21회 호남마라톤 외국인 참가자 브라운 알란 딕슨씨가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제21회 호남마라톤 최연소 참가자 최아인(10)군이 1시간42분대 기록으로 10㎞ 결승선을 통과했다. 윤준명 수습기자
제21회 호남마라톤 대회에는 많은 이색 참가자들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부터 76세 최고령 할머니, 초등학교 4학년, 직장인 모임, 초보 마라토너를 비롯해 ‘명품조연’ 페이스메이커, 유튜버들도 함께 했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완주, 기록 단축, 순위권을 목표로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출발점 앞으로 모여들었다. 봄비도 아랑곳하지 않은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레이스가 대회를 뜨겁게 달궜다.

초등학생 달리미들은 가족들의 응원 속에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10㎞ 최연소 참가자 최아인(10·미산초 4)군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너무 힘들었지만 뿌듯했다”고 소감을 남겼다. 정마루(12·효천초 6)군도 완주 후 “힘들었지만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쌓아 행복했다. 다음 대회도 꼭 참가하겠다”며 웃었다.

노익장을 과시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76세로 최고령 이경희씨는 “마라톤 덕분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달리는 게 너무 좋다. 예전에는 풀코스와 하프코스도 뛰었는데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10㎞를 달렸다”며 “연습 때보다 힘들어 뛰다 걷기를 반복했는데 완주한 걸로 만족한다”고 뿌듯해했다.

외국인 참가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전남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브라운 알란 딕슨씨는 하프코스에 도전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그는 “광주와 나주에서 마라톤을 하고 있다. 호남마라톤이 유명하다 보니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었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르게 코스가 예쁘고 평평해서 좋다. 남아공 러너보다 한국 러너들이 더 진지한 것 같다. 그 모습을 본받아 멋진 마라토너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담양군 소재 나눔내과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병원 직원들이 총출동했다.

손준광(50) 대표원장은 “마라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최고의 운동이다. 건강이 안 좋은 직원들이 많았는데 마라톤 동호회를 꾸려 연습을 시작한 후 다들 건강해졌다”며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반환점을 찍고 결승점으로 돌아오는 마라톤처럼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조카가 건강해진 몸으로 인생을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한 이들도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전성주(55·무등마라톤클럽)씨는 ‘무등마라톤 미래 에이스’, ‘첫 대회 출전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생애 처음으로 10㎞를 완주했다.

전씨는 “첫 마라톤이라 긴장되고 떨렸다. 55세에 마라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달리고 나니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20년~30년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20대 청년들로 이뤄진 마라톤 단체 ‘위아런’ 20여명은 기록 도전 보다 함께 달리는 데 의미를 뒀다.

김승환(26) 위아런 대표는 “위아런은 작년 4월 출범했다. 청년 단체인 ‘위아원’으로 시작해 헌혈을 하다 건강상 문제로 못하는 회원이 생겨 달리기로 건강을 되찾자는 의미로 창설했다”며 “작년 12개 대회에 출전했고 올해 4번째 대회에 나서게 됐다. 호남마라톤 참가는 처음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호남마라톤 대회가 열린 21일 페이스메이커 ‘광화문페이싱’팀이 참가자들의 완주를 도왔다. 윤준명 수습기자
노란 풍선을 등에 단 ‘명품 조연’ 페이스메이커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기흥 광화문페이싱 대표는 “호남마라톤대회 초창기부터 참여했다. 우리는 각자 정해진 시간에 맞춰 달린다. 중간에 부상 낙오자가 생기면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참가자를 위한 자원봉사자들로 마라톤을 사랑해서 매 대회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발 전부터 고프로를 삼각대에 걸고 촬영하며 마라톤에 나서는 참가자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유튜버 성새한(39)씨는 “유튜브를 통해 마라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좋다”며 “부상으로 2주간 휴식 후 복귀 차원으로 뛰게 됐는데, 잘 뛴 거 같아 만족한다. 영산강변의 유채꽃과 녹음 진 나무를 보며 기분 좋게 달릴 수 있었다”며 말했다.
나다운·박찬·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