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 직계 후손, 93년만 여수 삼황묘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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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대한제국 황실 직계 후손, 93년만 여수 삼황묘 제사
삼황제 모신 국내 유일 황실 사당
고종황제 장증손자 이준 황손 참반
"여수 대표 문화관광 콘텐츠 될 것"
  • 입력 : 2024. 04.17(수) 14:49
  • 여수=이경기 기자
여수시가 후원하는 삼황묘 기신제향이 지난 15일 오전 10시 200여 명의 참반객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대한제국 황실 직계후손인 이준 황손이 기신제향을 모시고 있다. 여수시 제공
대한황실계보도. 여수시 제공
여수삼황묘보존회 주최, 여수향교 주관, 여수시 후원의 삼황묘 기신제향이 지난 15일 오전 10시 200여 명의 참반객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17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 삼황묘는 태조 고황제, 고종 태황제, 순종 효황제 세 분을 모신 국내 유일의 황실 사당이다. 1926년 순종 효황제의 인산일에 참가한 여수 지역 유림대표 정영민, 최석주, 최봉삼이 1927년 민족정신을 북돋고자 여수시 고락산 기슭에 창건했다.

그러다 1939년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됐고, 정영민 등 창건자 3명은 투옥됐다. 1947년 복실됐고, 2006년 삼황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자 충민사(사적 제381호) 앞의 현 위치(여수시 덕충동)로 옮겨 세워졌다.

묘실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집이며, 경내에 창건 당시의 사적을 기록한 삼황묘 창건사적비, 삼황묘 중수비, 삼황묘 이전사적비 등의 비석이 있다.

해방 후 여수유림이 주도하고 발족한 삼황묘보존회가 주관해 해마다 음력 3월12일 향사를 올리고 있다가 순종 효황제 훙서 98년째 되는 올해에 태조의 직계 후손이자 고종의 장증손자, 순종의 장조카손주인 이준 황손이 직접 삼황묘를 참반했다.

대한제국 고종황제는 3남 1녀를 두었는데, 첫째가 순종황제, 둘째가 의친왕, 셋째가 영친왕, 넷째가 덕혜옹주이다. 이 중 12남 9녀를 둔 둘째 의친왕 외에는 모두 후사가 끊겨, 의친왕계만이 조선왕실과 대한제국의 법통을 잇는 유일한 가문이다. 이준 황손은 의친왕의 장손으로 현재 의친왕의 황실 독립운동사를 선양하는 의친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준 황손은 “민족정신 고취를 위해 일제 강점기에 꿋꿋하게 태조, 고종, 순종 할아버지를 모시고 기신제향을 올리는 곳은 전국적으로 여수 밖에 없다”며 “황실 후손들도 모르고 있는 사이 백여 년 가깝게 여수에서 세 분 황제를 모셔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여수는 비단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일 뿐 아니라 충절과 신의에서도 으뜸가는 고장이다. 앞으로 황실 직계후손들이 매 제향때마다 참석해 여수의 유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정준호 여수 삼황묘보존회 이사장은 “1926년 나랏님인 순종황제께서 훙서하시자 여수 유림 200여 명이 인산일에 맞춰 상경하려 했지만 당시 일제 치하의 여수경찰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음을 틈타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상경해 나랏님 가시는 길을 지켰다. 여수로 돌아와서는 민족 정신 고취를 위해 태조, 고종, 순종 세 분의 황제를 모시는 삼황묘 사당을 건립했는데,98년만에 대한제국 황실의 직계 후손이 참반해 주셔서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흥선대원군의 종손인 이영주 의친왕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고종황제 등 황실이 무능하고 부패하여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친일식민사관 프레임이 만연했다”며 “그러나 2000년대를 기점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근대화 노력과 개혁군주로서의 고종황제의 업적이 재조명되면서 역사 바로세우기가 이뤄지고 있다. 또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한제국 황제를 모신 삼황묘는 최근 MZ 세대 사이에 불고 있는 궁중문화 즐기기 바람에 발맞춰 여수시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황실 직계후손들이 적극 참여해 삼황묘의 창건 의의와 여수 사람들의 충절 정신이 널리 알려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이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