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책임한 행정이 만들어 낸 '닭발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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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책임한 행정이 만들어 낸 '닭발 가로수'
과도한 가지치기 재고해야
  • 입력 : 2024. 04.08(월) 17:38
경기도 수원시 정조로에는 직사각 수형 버즘나무길이 인상적이다. 네모난 모양 때문에 ‘메로나’나 ‘깍두기’로 불린다. 또 중부대로에는 원형으로 가지치기가 된 은행나무도 볼 수 있다. 가로수를 일정한 모양으로 전정하는 ‘테마 전정’을 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난 2005년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잦아져 해결책으로 ‘경관형 가로수 전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와 일선 자치구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도심경관을 저해하는 일명 ‘닭발 가로수’와 대조를 이룬다. 8일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광주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가로수 가지치기 현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아파트와 산책로·학교 인근 23곳(41그루)에 대해 과도한 가지치기가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무는 잔 가지 뿐만 아니라 굵은 가지도 대부분 잘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가로수는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올바른 가로수 가지치기는 나무 전체의 25% 이상을 제거하지 않아야 한다. 나무의 머리 부분을 무차별 절단하거나 옆 가지 중 굵은 가지를 절단하는 방법은 금지해야 한다. 잎의 성장을 늦추고 양분 축적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닭발 가로수 논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매년 3~4월 새싹이 나는 시기에 과도한 가지치기가 이뤄진다는 지적에도 불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와 자치구의 가로수 전정행정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수원의 ‘테마 전정’은 가로수가 가진 원래의 수형은 아니지만,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수원시는 가로수길 조성과 사후 관리가 우수해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고 한다. 과도한 가지치기는 결국 지자체의 관심 부족과 행정난맥이 빚어낸 결과다. 행정기관이 책임의식을 갖고 가로수 가지치기에 임한다면 ‘닭발 가로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의 세심한 배려와 창의력을 발휘하다면 프랑스 파리의 상젤리제 같은 명품 가로수 거리가 광주에도 하나쯤 생겨나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