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박안수> 그래도 사래 긴 밭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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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박안수> 그래도 사래 긴 밭을 갈아야 하지 않을까
박안수 남광주농협 사외이사·경제학박사
  • 입력 : 2024. 02.20(화) 13:15
박안수 사외이사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국어책에 조선시대 문신이자 문장가인 남구만님의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중략 ~ 재 넘어 사래(이랑)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라는 글이 있다.

토질이 그다지 좋지 않고 교통도 불편한 밭도 묵히지 않고 경작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한 듯싶다.

절기상 눈과 얼음이 녹는다는 우수(雨水)로 우리의 농업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아직은 수도작 중심의 농업에 있어서는 겨울철은 농한기로 이제 농사에 이로운 비가 내리고 있으니 서서히 올해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54.6㎏’ 이 숫자는 흔히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다이어트의 희망 몸무게가 아니고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는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 120㎏ 정도로 그야말로 반 토막 이상 쌀 소비가 줄어 들었다.

그와 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3대 육류 소비량은 60.6㎏을 소비하여 이미 육류 소비가 쌀 소비량을 앞지르고 있다.

지금의 추세로 가면 얼마 뒤에는 우리의 주식은 쌀이 아니고 아마도 육류로 바꾸어질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쌀이 제일 많이 생산되고 있는 우리지역과 충청권의 쌀값이 20만원(80㎏)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언론보도를 보았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량의 쌀이 재고로 남아 10만톤 이상 시장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데 최근 정부에서는 우선 쌀 5만톤을 매입하여 가격하락을 막는다고 발표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올해 벼 재배면적 2만 6000㏊ 정도를 감축하여 벼 적정면적 69만 9000㏊로 유도할 계획이다. 감축되는 논경지에 두류 전품목, 식용 옥수수와 가루쌀(분질미) 작목으로 대체하고 일정액의 국가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쌀 가공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2028년에는 17조원이상의 쌀 가공시장으로 키우겠다고 하였다.

이런 와중에서도 요즘 농촌에서는 농업소득 증가에 적신호가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다.

지난해 과일의 흉작으로 과일가격은 다소 상승하였으나 지역의 쌀값 하락을 위시하여 돼지고기 출하가격이 상당한 하락세에 있으며 한우사육농가에서는 2년 이상 사육 후 마리당 적게는 1백만 원 이상 적자를 시현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양파의 포전거래에서 조생종 양파가격이 재배농가의 기대치만큼 거래되질 않고 있다고 한다.

작금의 우리 농촌과 농업인의 여러 현실을 감안하면 논에 벼 재배가 아직은 가장 합리적인 작부체계 방안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우리의 농업구조 조정 전까지는 그래도 재(峙) 넘어 사래(이랑) 긴 밭도 갈아서 다소나마 농업소득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