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프랑스 파리 근교 사르트루빌르에 있는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 햇빛과 흙 한줌 없이도 농사를 짓는 지하 도시농장이다. 햇빛 대신 LED 조명, 바람 대신 환풍기를 이용해 공기를 순환시키며 흙 대신 물과 자체 개발한 용액을 호스를 통해 공급하며 식물을 키운다.
1300㎡ 규모, 4단계(4층)에서 20톤을 생산하는데 이는 1㎡ 단위 면적당 생산성 토지의 126배 규모다. 재배되는 식물은 레스토랑 음식에 고명으로 장식하는 마이크로 포드(새싹용)와 식용채소, 향 아로마트 등으로 토마토, 딸기, 밀 등 농산물은 재배하지 않는다.
3년 전 손익 분깃점을 넘겼으며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 재배 면적을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토지와 기후의 영향을 받던 전통 농업에 일대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역발상 업체로 꼽힌다. 수확한 농산물을 실어 보낸 뒤 주차장 입구 시멘트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해맑은 미소의 젊은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플로팅팜’ 목장. 땅과 목초지가 아닌 바다 위에 3층 높이 건물을 지어 그 안에서 소를 키우고 있다. 낮은 지대와 물이 많은 네덜란드 국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작했다. 교육용 시설로 조성됐지만 전세계 축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취재 하던 중 현장학습을 온 듯한 국내 대학 축산과생들과 조우하기도 했다. 농업 선진지 네덜란드의 성공 비결을 학습하려는 행렬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전남도가 급변하는 전세계 농업 트렌드에 맞춰 ‘세상을 바꾸는 농업’에 헌신하고 있다.
순천에서 12~22일까지 열리는 ‘2023국제농업박람회’도 그 중 하나. 세계 40개국, 500개 기관·단체가 참여해 지구와 인간을 치유하는 생명 농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박람회 기간 동안 3000억원의 전남 농수축산물 판매계약을 이끌어 냈다. 농업 박람회가 도내 수출기업의 시장개척과 판로 확대의 비즈니스 장 역할을 해준 셈이다.
오는 23~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23 전남도 직거래장터 큰잔치’도 지역 농수특산물 판매에 한몫 하고 있다.
전남도 주최·주관, 전남 22개 시·군이 후원하는 행사로 22개 시군에서 추천한 95개 업체가 참여한다. 사과, 배, 단감, 녹차, 김, 미역, 다시마 등 전남 농수특산물과 이를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 등 495개 품목이 전시 판매된다.
농식품부가 공모한 친환경농업기반 구축사업에도 전남 지역 9곳이 전국 최다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영광칠산영농조합법인과 곡성 석곡농협, 영암 버들농산영농조합법인, 화순 천운농협 등으로 국비 75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총 사업비 141억원으로 친환경농산물 생산·가공·유통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한다. 전남이 친환경농업 메카임을 다시한번 입증한 사례다.
이젠 농업도 스마트팜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하우스 내 온도를 체크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며 생육 생태를 살핀다.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는 영암 무화과 농가에 스마트 기법을 가미해 무화과를 생산할 방침이다. 아직 계획 단계이지만 개별상자에 칩과 센서를 부착해 수확량을 예측하며 균일품종 수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수년 내 실행 된다면 ‘계획생산·출하·유통’도 가능해진다.
전통방식으로 원물만 생산하는 1차산업으로는 고소득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됐다. 2차 제조·가공, 3차 체험·관광으로 연계, 발전시켜야 진정한 소득창출로 이어진다.
몇년 전 전남지역 한 농협 조합장과 나눈 얘기가 생각난다. 그 조합장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이것 저것 안되면 시골 내려가서 농사나 짓지’ 라는 말이다. 농사 짓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르는 우매한 발언”이라고 했다.
농부의 치열한 열정에 최첨단 스마트팜 기법이 결합된 농업이야말로 미래 전남을 바꿀 요소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