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책>기축옥사, 주류동인 유성룡의 정적 죽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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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책>기축옥사, 주류동인 유성룡의 정적 죽이기였다
유성룡 기축옥사
양성현│매거진U│2만원
  • 입력 : 2023. 09.21(목) 13:0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유성룡 기축옥사. 매거진U 제공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1572년 서애 류성룡이 31세 때 건립해 후진을 양성했던 서원으로 1863년병산(屛山)으로 사액을 받았다. 복례문, 만대루, 동재, 서재, 입교당, 장판각, 존덕사, 전사청, 고직사 등이 있다. 안동시 제공
조선 선조 22년 ‘기축옥사’가 일어났다. 정여립 모반 사건에 가담한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 부족한 선조가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동인 세력을 토벌한 대참극이었다. 3년여 의 옥사로 동인 선비 1000여 명이 사형이나 유배형을 당했다. 당시 조정에 쓸 만한 관리가 없을 정도였다. 무오사화부터 갑자사화와 기묘사화, 을사사화까지 흑 역사였던 조선시대에 일어난 4대 사화를 모두 합쳐도 희생자가 5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축옥사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기축옥사는 3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진실이 밝혀지지 못한 채 묻혀졌다. 선조는 도망가고, 백성은 경복궁에 불을 질렀던 비탄의 임진왜란. 역사 작가 양성현이 어쩌면 그 전쟁을 불러온 단초였고, 우리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기축옥사’의 진실을 밝힌 신간 ‘유성룡 기축옥사’를 펴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기축옥사의 주인공은 서애 유성룡’이라는 것이 양 작가의 이야기다.

1589년 10월 2일, 황해도 관찰사 한준의 고변으로부터 시작된 기축옥사는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송강 정철이 주도한 사건’으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양 작가는 기축옥사를 주도한 실세로 정철이 아닌 유성룡을 적시한다. 유성룡 등 주류동인이 임금과 함께 비주류동인과 서인에게 큰 피해를 줬다는 것이 양 작가의 설명이다. 실제 유성룡은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승승장구했다. 기축옥사와 그 직후 당상관에서부터 영의정까지 단번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 그였다. 게다가 그는 기축옥사 당시 인사권을 쥔 이조판서에 대제학까지 겸해 권력을 독점했다. 반면 정철은 위관을 맡은 지 한 달 만에 임금의 눈 밖으로 밀려났다. 서인은 탄압받았고 ‘간철(간사한 정철)’로 낙인 찍혔다.

당시 ‘동인’이라 해서 ‘다 같은 동인’이 아니었다. ‘주류동인’이 있고, ‘비주류 동인’이 따로 있었다. 기축옥사에서는 ‘남명계동인’과 ‘호남동인’ 등 비주류동인이 큰 피해를 봤다. ‘서인’도 ‘주류동인’에게 처절하게 탄압을 받아야 했다. 중앙에 있던 거의 모든 서인들이 주류동인의 공격으로 파직되고, 쫓겨났다. 심지어 정철마저도 건저의 사건이라는 함정에 빠뜨려 귀양을 보냈다.

‘곧 전쟁이 있을 것’이라는 정사 황윤길의 보고를 봉쇄하고 ‘전쟁은 없다’는 김성일의 정치적인 보고에 힘을 실어준 것도 유성룡 등이 벌인 일이었다. 그렇게 대비 없이 맞이한 참혹한 전쟁이 ‘임진왜란’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이들 주류동인이 ‘기축옥사의 최대 피해자’로 둔갑한다. 특히 유성룡은 또 임진왜란을 극복한 ‘명재상’, ‘영웅’으로 화려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흑’을 ‘백’으로 만들고, ‘백’을 ‘흑’으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짖어왔고, 멈추지 않았던 왜곡된 역사와 폐단을 적확하게 바로잡아 바꿔보고 싶어 오늘, 이 책을 내놨다.”는 양 작가.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내일신문 기자를 역임하고, 그간 ‘다시 보는 임진왜란’ ‘사암 박순’, ‘실사구시’, ‘흥학관’, ‘무산 고제환, 세도정치에 맞서다’, ‘보성 義이야기’ 등의 책을 냈다.

한편 저자는 왜곡된 ‘기축옥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22일 오후 2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오백년의 오해와 이해-기축옥사, 그리고 조선을 보는 눈’이라는 특강과 대담을 갖는다. 역사작가 양성현과 정병현·오항녕 교수가 참가하는 이번 특강과 대담이 이제까지 당연시 됐던 ‘송강 정철 중심의 기축옥사’를 따져보고, 그 이면에 숨은 ‘주류동인’과 그 중심인물 ‘유성룡’의 행적을 파헤칠 수 있을까.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