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도의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사업의 조감도. 전남도 제공 |
13일 국토교통부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흑산공항 사업은 당초 50인승 소형항공기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80인승 항공기 기준으로 상향시킨 설계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울릉공항, 현재 실시설계 중인 흑산공항, 그리고 내년 실시설계에 돌입하는 백령공항 등 3곳의 소형공항이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50인승 항공기에 대한 경제성 부족과 전세계적 공급 중단 여파가 주된 원인이다. 당초 흑산공항은 소형항공운송사업자 등록 기준인 50인승 항공기에 맞춰 설계가 진행됐다. 그러나 소형항공사업자들이 기존 소형항공사업자의 등록 기준을 50인승에서 추가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건의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현재 50인승 규모의 항공기는 경제성이 부족하고, 전세계적으로 50인승 항공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는 게 소형항공운송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건의가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면서 국토부도 소형항공사업자 등록기준을 50인승에서 확장시키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소형공항들의 규모도 모두 상향시킬 수밖에 없다. 흑산공항은 다른 소형공항과 마찬가지로 50인승 항공기 기준에서 80인승 항공기 기준으로 확장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등급도 기존 2C 등급에서 3C 등급으로 상향된다. 공항등급을 상향 조정하면 활주로 길이는 현재(1.2㎞)로 그대로지만 착륙대를 확장하는 등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공항시설 설치기준 및 이에 따른 1200m급 활주로 제원’ 등에 따르면 현재의 2C 계기활주로를 상향시킬 경우 3C 계기활주로와 3C 비계기활주로 등 2개의 안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3C계기활주로는 기존 활주로 폭이 140m에서 280m로 두배가 늘어나, 현재 부지의 2배가 필요하게 된다. 동시에 조종사의 정밀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3C비계기활주로는 140m에서 150m로 증가 폭이 소폭에 그치지만 조종사가 지형을 보고 항공기를 조정해야 해서 이착륙이 기상상황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단점이 있다.
울릉공항의 경우, 기존설계안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140m에서 150m로 확장하는 3C비계기활주로안이 유력하다. 흑산공항 역시 마찬가지로 3C 비계기활주로 설계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흑산공항의 설계 변경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공항등급 상향에 따라 사업비·규모 증가에 대해선 기대하는 반면,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한 만큼 착공 지연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흑산공항 예정지의 국립공원 해제를 어렵게 승인받은 만큼 사업 부지 확장에 따른 부담감도 일부 뒤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관계부처는 현재 흑산공항은 착공을 시작한 울릉공항과 달리 사업의 보완과 수정이 가능한 실시설계 단계 중이어서 사업 추진에 큰 지연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흑산공항 사업비는 10년 전 물가 기준으로 산정된 사업비이기 때문에 설계변경과 더불어 사업비 증가도 당연하다”며 “흑산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현재 초안 조사가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실시설계 내용이 들어가는 본안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공항 설계가 확정되면 향후 실시될 환경영향평가에 자연스럽게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흑산공항 사업은 총사업비 1883억원으로 지난 2013년부터 추진돼 2020년 개항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6년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 심의에서 오랫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됐다가 지난 2월 흑산공항 예정지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사업 추진이 정상 궤도에 올라, 마지막 행정 절차인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