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오물에 악취까지 충장로 이리 둘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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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오물에 악취까지 충장로 이리 둘 텐가
공중화장실도 단 한 곳 없어
  • 입력 : 2023. 08.31(목) 17:23
광주 구도심을 대표하는 충장로가 온갖 쓰레기와 악취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공중 화장실도 단 한개가 없다고 한다. 충장로는 광주 근·현대사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광주의 얼굴이다. 한때 호남 최대의 상권으로도 유명했다. 원도심이 갖고 있는 전통문화를 지키기는커녕 골목마다 오물이 가득하고 냄새가 진동하는 충장로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당장 전남일보가 둘러본 충장로 일대는 그야말로 고성방가와 음주, 흡연과 노상방뇨가 일상이 된 비양심의 현장이었다. 광주충장우체국에서 신협 방면으로 조금만 걸어가도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배수로에는 담배꽁초와 함께 배설물로 추정되는 각종 오물들이 눌러 붙어 있었다. 상인들도 ‘그 흔한 공중화장실 하나 없고 흡연부스도 없어 꽁초에 노상방뇨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한다. 1970~80년대 광주의 얼굴이면서 중장년층 세대에게 여전히 젊음의 성지로 남아있는 충장로의 맨 얼굴이 안타깝다.

오는 10월, 이곳 충장로 일대에서는 20회를 맞는 광주충장축제가 시작된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매개로 진행되는 충장축제는 70~80년 세대에게는 향수를, 이후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안기는 축제다. 참가자들도 청소년과 노령층, 외국인까지 다양하다. 축제기간 이들이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와 오물, 진동하는 악취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관계기관의 무관심과 나만 즐기면 된다는 비양심으로 쓰레기와 사투를 벌여야 할 축제 관계자들의 고충도 뻔히 읽혀진다.

충장로는 광주의 정체성이면서 전통문화의 보고다. 이를 지키고 후대에 계승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당연한 의무다. 광주시와 동구청은 광주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충장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보존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중화장실 같은 기본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추억을 되새긴다는 것은 사치다. 몰락하는 충장로의 속살을 가린 채,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는 것으로는 충장로의 내일은 더 이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