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국토 77% 사막화 진행… 나무심기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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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몽골 국토 77% 사막화 진행… 나무심기로 극복”
◆몽골 사막화지역 숲 조성 현장을 가다
기후위기에 호수·연못 등 말라
‘푸른아시아’ 앞장 韓기업 참여
생태림 조성·영농… 주민 자립
“지속 가능한 사막화 방지 모델”
  • 입력 : 2023. 08.30(수) 14:41
  • 바양노르·어기노르(몽골)=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
어기노르 제2 페이퍼리스 생태림에 심은 비타민 나무의 노란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주민들. 어기노르=김선욱 기자
어기노르 솜에 조성된 페이퍼리스 생태림. 사업장 주민들이 제1조림지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어기노르=김선욱 기자
몽골은 유목민의 나라다. 광활한 초원에 흩어져 가축을 기르며 이동하는 삶을 살아왔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초원은 그들의 일터이자 삶이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말과 염소, 양떼, 둥그런 모양의 이동식 하얀 집, 게르는 유일한 재산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푸른 빛의 초원이 생명을 이어갈지, 그래서 유목민의 삶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인류 최악의 환경 재앙인 기후위기가 몽골 땅을 빠르게 사막화 시키고 있어서다. 현재 사막화 비율은 전 국토의 76.9%라고 한다. 북부 산림지대는 9%에서 7.85%로 줄었고, 1166개 호수와 연못이 사라졌다.

지난 21일 찾은 몽골의 초원에는 무더기의 하르간(골담초)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하르간은 땅에서 물을 흡수하는 힘이 강해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사막화 지표 식물이다. 토지가 사막화돼 풀이 죽은 자리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풀이 조화를 이룬 예전 초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구 온난화 피해 국가인 몽골을 사막화로부터 막는 현실적인 대응책은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고, 생태 조림지를 구축하는 길 뿐이다. 20년 넘게 몽골에서 숲 조성과 주민 자립을 돕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비정부기구(NGO)인 사단법인 푸른아시아의 ‘생태림 조성’ 사업장을 둘러봤다.

22일 울란바토르에서 서쪽(200㎞)으로 이동해 방문한 ‘바양노르’ 솜(행정구역상 군(郡))의 사업장. 바양노르는 몽골말로 ‘호수가 많은 동네’란 뜻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사막화가 진행돼 호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푸른아시아는 지난 2000년부터 생태림을 조성해왔다. 이 사업장에서 일하는 D.바트히식(53)씨는 ‘기후난민’이다. 지난 2005년 조드(재앙)로 불리는 극심한 추위에 대다수 가축을 잃고 유목 생활을 접었다. 그런 그에게 숲 조성 사업은 목축을 대신해 생계를 유지할 새로운 일터였다.

그는 “2007년부터 사업에 참여했다. 마을이 다시 숲으로 살아났다. 그 전에는 모래 폭풍이 많았다. 조림 사업으로 인한 방풍 효과로 모래 바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민 T. 냐마(68)씨는 영농 소득 얘기를 꺼냈다. 그는 “사업장 내 비닐하우스에서 오이와 방울 토마토, 수박 등을 재배해 관내 학교, 유치원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생계와 자립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업장의 1~3조림지는 16명의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다. 유실수인 비타민나무(차차르간)와 블랙커런트를 심어 과실을 판매하고, 양묘장 사업으로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자체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다. 나무 심기와 주민소득 창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지속가능한 사막화 방지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음날 울란바토르에서 360㎞ 떨어진 아르항가이 아이막(道), 어기노르 솜의 사업장으로 이동했다. 1998년 람사르협약에 등재된 담수 생태계 보호지역인 어기노르 호수가 있는 군이다. 호수는 가뭄과 사막화로 매년 면적이 줄고 있다.

푸른아시아는 2019년부터 어기 호수 서남쪽 30km의 어기노르 솜에 ‘페이퍼리스 생태림’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카드 사용 후 발생하는 영수용지 중, 미발행되는 분의 남은 비용을 몽골의 사막화 지역 복원에 쓰는 것이다. KEITI(한국환경산업기술원), BC카드, 세븐일레븐, BGF리테일(CU), 사랑의열매가 참여해 지난해까지 4년간 5억8000만원이 지원됐다. 1,2 조림지 40ha에 4만주를 심었다. 올해 봄엔 비타민 나무 5000주를 심었고, 가을에도 5000주를 심을 예정이다.

조림지 사업 시작부터 함께 해온 조합원인 B. 아마르 틉신(47)씨는 “사막화 된 땅에 조림지를 조성해 녹지대를 만들고 있다는데 자부심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2000년 조르로 가축을 잃은 기후 난민이었지만, 이 사업으로 제2의 삶을 살고있다.

감자, 배추 등 노지 재배와 오이, 피망, 토마토, 수박 등 시설 재배로 벌어들이는 지속적인 소득원은 생계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페이퍼리스 생태림 조성 사업은 주민 교육과 환경, 조림, 양묘, 영농, 주민조직 등 주민역량 강화도 목적으로 한다.

어기노르 조림 사업장 현장 매니저인 B. 타이왕(46)씨는 “사업장이 생기자, 생계를 걱정했던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모래 언덕에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면서 생태계 복원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26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자립 협력체는 지난해 ‘어깅 에코심 투굴’ 협동조합으로 정식 등록됐다.

어기노르 솜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적극 지원 방침을 밝혔다.

SH. 우르자이흐 어기노르 솜장(군수)은 “성공적인 생태림 조림지 사례로 평가한다. 아이막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모래 폭풍을 막는 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중요한 시설이자 재산이다. 사업 확장에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환경 보호 목적의 나무를 더 심으면, 해당 부지를 사용하도록 허가해 주고, 참여 주민들이 부지를 활용한 여행·숙박업을 병행토록 하면, 목축 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오는 2030년까지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선포했다. 몽골 정부에서도 사막화를 막기 위해 숲 조성 사업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몽골의 사막화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문제다. 지난 100년간 전세계 온도가 0.74℃ 상승한 반면, 몽골은 1940~2010년까지 거의 3배에 달하는 2.1℃ 올랐다. 강과 호수는 말라가고, 목초지는 점점 줄고 있다.

우리에겐 봄마다 대기를 회색 빛으로 뒤덮는 극심한 황사 피해를 가져온다. 나무 심기 운동에 많은 시민단체와 기업들이 동참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몽골 주민들이 사막화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생태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 희망이 보였다.

B. 타이왕씨는 “기후 위기로 강수량이 줄고, 지하수가 고갈되고, 강과 호수가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과유목으로 초지는 줄어들고 있다. 초지가 주는데도 가축 수는 거꾸로 늘고 있다. 이제 모든 게 바뀌었고, 사막화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나무 심기와 생태림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양노르·어기노르(몽골)=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