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정율성역사공원 ‘색깔론’ 폄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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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사설>정율성역사공원 ‘색깔론’ 폄훼 안된다
보수단체, 광주서 잇따라 집회
  • 입력 : 2023. 08.27(일) 18:22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에 대한 이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단체들도 광주에서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 집회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정율성은 일제에 항거해 의열단에 들어간 뒤 해방 후 북한에서 활동한 것은 맞다. 그가 독립운동을 펼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던 독립투사를 낡은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현실이 안타깝다.

27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자유통일당은 28일 광주시청 앞에서 ‘공산주의 추종자 광주시장 강기정 규탄집회’를 연다. 광주시는 정율성 생가가 위치한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한달 간 남구 정율성거리에서 손팻말·현수막 시위도 예고했다. 대한민국엄마부대봉사단 회원 100여 명도 같은 날 오후 광주시청 잔디광장에서 ‘정율성 공원 조성사업 철회 촉구’ 집회를 연다. 전국학생수호연합도 이날 오후 4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광주시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정율성은 음악가이기 이전에 역사적으로 명실상부한 독립투사다. 독립운동을 위해 19세 때인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열혈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들어가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다. 북한 정권에 협력한 것도 민족의 독립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아픔이었다. 이념으로 구분해 독립운동가를 차별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밀양 ‘김원봉 의열기념공원’이나 통영 ‘윤이상 기념공원’이 성공한 것도 정치적 색깔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 고 말했다. 정율성역사공원은 정율성을 추앙하자는 것이 아니다. 광주의 문화자산을 알리고 그의 생가를 중심으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29일은 113주년 경술국치일이다. 잔혹했던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섰던 이들을 예우는 못할 망정, 색깔론으로 폄훼해서는 안된다. 21세기 탈냉전시대를 거스르는 편협한 생각과 이분법적 사고가 어처구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