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독립투사 정율성, 이분법적 폄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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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독립투사 정율성, 이분법적 폄훼 안된다
보훈부 정율성 역사공원 어깃장
  • 입력 : 2023. 08.23(수) 17:53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이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이라는 게 정율성에 대한 박 장관의 인식이다. 중국에서 의열단으로 활동하며 일본 제국주의와 싸웠던 독립투사, 시대의 아픔을 넘어 뛰어난 음악가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광주의 소중한 역사문화적 자원을 이분법적 사고로 폄훼하는 박 장관의 시각이 안타깝다.

박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주광역시가 48억 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정율성 기념공원’을 짓기로 했다”며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우리 국민 세금으로 기념하려 하는 광주시 계획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국민들의 혈세를 마음대로 쓴 다면 재정 규율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한 인식이다.

정율성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서훈은 받지 못했지만 역사적으로 명실상부한 독립투사다. 독립운동을 위해 19세 때인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열혈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들어가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다. 북한 정권에 협력 했다지만 민족의 독립이라는 더 큰 가치를 감안하면 의미가 없다. 이념으로 구분해 독립운동가를 차별해서도 안된다. 도리어 독립투사에 서훈을 주지 못한 우리 현대사, 독립운동가를 대한민국에 모셔오지 못한 힘없던 우리 처지를 부끄러워 하는 것이 옳다.

국가보훈부는 ‘흑과 백’이라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이면서 독립운동가인 정율성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정율성 같은 독립투사를 허무맹랑하게 색깔론을 덧씌우는 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를 폄훼하는 일이다. 독립운동은 이념을 넘어 잔혹했던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이념을 넘어 모든 독립운동가를 받들고 존경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