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에서 납품돼 각종 음식 고명으로 쓰이고 있는 새싹채소들 |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에서 햋빛 대신 LED 조명과 환풍시설을 통해 재배되고 있는 새싹채소들 |
프랑스 파리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 설립자 겸 CEO 앙뚜안 퓌예와 기욤 퓌예 공동 창립자 및 R&D 이사, 줄리앙 퓌예 홈 오토메이션 공동 창립자 겸 이사(왼쪽부터). 샹페르쉐 홈페이지 제공 |
4단 규모로 조성된 작물들 |
파리 근교 외곽도시인 사르트루빌르에 있는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이다. 1300㎡ 규모, 4단계(4층)에서 20톤의 식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1㎡ 단위 면적당 생산성 토지의 126배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식물은 레스토랑 음식에 고명으로 장식하는 마이크로 포드(새싹용)와 식용채소, 향 아로마트 등으로 토마토, 딸기, 밀 등 농산물은 재배하지 않는다.
3년 전 손익분깃점을 넘었으며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해 재배를 늘릴 예정이다.
토지와 기후의 영향을 받던 전통 농업에 일대 혁신을 이루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상된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지에 거대농장 운영
파리 시내를 조금 벗어나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을 가는 길은 원도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4층 규모의 아파트와 도로 양쪽 주차차량, 간단한 운동기구가 설치된 잡풀 수북한 공원. 근처 유동인구도 없고 한적한 분위기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마린 루아노(여) 홍보 업무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한 뒤 마중나와 줘서 찾아 들어갔다. 주차장 입구로 내려가니 막 납품 상차작업을 마쳤다는 20대 초반의 남녀 직원 4~5명이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봉쥬르” 했더니 누운 채로 웃으며 인사한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해맑다. 그들의 미소 속에서 지하 도시농장의 ‘전도 유망’한 분위기가 읽힌다.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새싹채소들 |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새싹채소들 |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새싹채소들 |
홍보담당 클레멩 델옴므 엔지니어가 새싹채소 재배현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
홍보담당 클레멩 델옴므 엔지니어가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 새싹묘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루아노씨가 농장 입구로 안내한다. 지하1층 공간이지만 공기도 신선하고 불빛도 밝다. 한쪽 벽면과 천장을 지나는 수 백 가닥의 전선과 호스가 빼곡하다. 안쪽 저장 창고 거대 드럼통에 담긴 영양제와 용액이 각각의 하우스로 공급된다.좁은 복도 통로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짙은 보라색의 조명이 켜진 유리온실 안에 손톱만큼 만한 식물이 작은 모종컵에 담겨 생육되고 있다.
잠시 후 홍보담당 클레멩 델옴므(24) 엔지니어가 급하게 뛰어온다. “레스토랑 등을 돌며 영업활동 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앞장서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들을 소개한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식물은 대체적으로 음식점등에서 음식 위에 올리는 관상용 재료로 납품되고 있습니다. 향료성 아로마, 미크로 포스, 식용채소, 베트남 고수인 ‘조리’ 등이죠.”
생산된 제품은 영업활동을 통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주로 인근 도매시장에 납품하고 있다.
●1㎡당 토지의 126배 생산성 올려
샹페르슈 지하도심농장 규모는 1300㎡다. 하우스 높이가 4단계(4층)로 20톤의 식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일반 토지 26㏊에 해당하는 생산 규모다. 지하 도시농장에서 거두는 생산효과가 얼마나 큰 지 짐작케 한다.
토지와 햇빛, 즉 식생대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인 데 어떻게 이 틀을 깨고 지하에서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을까. 아마도 ‘불의의 재난 등으로 농사지을 땅이 없어졌을 때 그 이후 어떤 방식으로 식량에 나서야 할까’를 자문자답 하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지난 2017년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 설립자 겸 CEO 앙뚜안 퓌예와 기욤 퓌예 공동 창립자 및 R&D 이사, 줄리앙 퓌예 홈 오토메이션 공동 창립자 겸 이사가 전세계 여행을 하다 지역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하 도시농장 설립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300만 유로를 모아 창립, 16구에 시험공간을 제공 받았으며 3년간의 실험과정을 거쳤다. 도움의 손길은 정부와 지자체, 민간분야 등 3곳 섹트로부터 받았다. 지난 2020년 본격 운영에 들어갔으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섰다. 3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평균 나이가 27세로 젊다. 각종 환경, 조경, 생물학 전공자들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린 루아노 홍보 업무 담당이 재배되는 채소와 관련된 곤충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
지하 도시농장 채소생육을 위해 쓰이는 각종 호스와 전선들. 관개 주기, pH, 물의 영양 용액, 빛과 환기 주기 등과 같은 여러 매개변수가 자동화 돼 있다. |
흙이나 자연광 없이 어떻게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그들의 답변이 명쾌하다. 바이오포닉스는 식물의 뿌리가 자라는 불활성 기질과 저에너지 LED와 같은 인공 조명을 사용해 토양과 자연광 없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고 답한다. 이 고유한 기술을 통해 일년 내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생산할 수 있다.
실내 기후와 다양한 변수 관리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 관개 주기, pH, 물의 영양 용액, 빛 및 환기 주기와 같은 여러 매개변수가 자동화돼 있다. 각 식물에 고유한 알고리즘을 생성할 수 있어 전통적인 농업 방식인 외부 기상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대 영양가를 유지시키며 키울 수 있다.
공기순환을 위한 처리시스템도 가동된다. 최적의 공기 흐름을 받을 수 있도록 기후 제어 및 공기 처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공기를 조절하고 순환시켜 식물이 생육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돼 있어 원격제어·관리에 나서고 있다.
오작동 등 잘못될 경우 어떻게 알수 있을까. 고급 농장관리 시스템에는 작물 라이브러리 내부의 다양한 기후 및 작물 매개변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센서가 장착돼 있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자동 경보기가 울리기 때문에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게 된다.
●3~4년 뒤 공간확보 해 오이 등도 생산 도전
“사업 초기 관련분야 농업인들의 눈초리가 매서웠어요. EU 통합으로 농업정책이 프랑스 정부 직접 지원에서 EU 본부 지시 이후 작동되는 시스템으로 바귐에 따라 농민들의 불만이 높던 차 선진농법을 시도하는 농장이 들어섰으니 경계심이 극심했죠. 이곳은 토마토, 딸기, 옥수수, 밀 등 농작물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새싹채소, 향채소 등 음식점 납품용 채소를 재배한다고 했더니 안심 하더군요.”
홍보담당 클레멩 델옴므 엔지니어가 장비실에 들러 긴 막대 모양의 기기를 들고 나온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20대 청년이다.
“쇠파이프 하나에 여러 개 구멍을 뚫어 각종 영양제를 공급하는 장비인데요. 직원들이 자체 발명한 제품입니다. 이를 우리는 ‘클라리넷’이라 부릅니다.”
샹페르쉐 지하 도시농장은 3~4년 뒤 공간을 더 확보해 오이 등 농산물을 본격 생산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2시간여 취재를 도와준 델옴므 엔지니어와 투아노 홍보담당이 주차장 입구까지 나와 작별인사를 한다.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농업혁명을 이어가고 있는 20대 젊은이들의 패기가 대견하기만 하다.
글·사진=프랑스 파리 박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