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 수능… 수험생 불안감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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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 수능… 수험생 불안감은 ‘여전’
교육당국 “공교육 과정 내 출제”
난이도 조절·변별력 확보 ‘우려’
“중위권 사교육 의존도 키울 것”
‘승산있다’ 졸업생 응시자 최대
  • 입력 : 2023. 08.10(목) 18:05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시교육청 전경
2024학년도 수능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육현장에서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배제된 올해 수능 난이도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코 쉬운 수능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7일 “올 수능은 변별력을 갖추되,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소위 ‘킬러문항’은 학생과 학부모 눈높이에서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내에서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밝혀왔던 원칙”이라며 “공교육 과정 내에서 충실히 공부하고 지도해온 학생·학부모, 선생님들께서 전혀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항간에서 제기되는 ‘변별력 저하’ 지적에 대해서는 준킬러문항(중간 난도 문제), 즉 교육과정 내 난이도 조정을 통한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난이도 조절 방법과 난이도별 문제 비중 등 구체적인 대책에 관한 언급은 따로 없어 현장에선 우려섞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광산구 수완동)씨는 “킬러문항 때문에 사설 학원을 찾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걸 없앤다고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지 않을 거라는 건 착각”이라며 “중위권 학생들 입장에서 킬러문항 한두개는 ‘버리는 문제’였다. 준킬러문항 증가로 되레 중위권 학생들의 불안감을 키워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졸업생 응시자 수가 역대 최대로 전망되는 현실도 불안감을 키웠다.

내달 6일 치러지는 ‘9월 모의평가’에 역대 최고치인 10만4377명(21.9%)의 졸업생이 지원했다. 수능에는 졸업생 비율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수능 당시 졸업생 응시자 비율은 28.0%, 2022학년도 수능 때는 26.4%였다.

킬러문항 배제 소식에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졸업생(대학에 재학 중인 반수생 포함)들의 수능 응시가 많아지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킬러문항 배제가 국어나 수학 영역의 변별력 하락을 불러올 경우, 탐구영역 선택과목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의대 반수를 노리는 A씨는 “불수능(어려운 수능)보다 물수능(쉬운 수능)이 더 문제”라며 “만약 수능이 쉬우면 만점을 받더라도 의대 진학을 장담할 수 없다. 취업 걱정 때문에 의대 전과를 꿈꿨던 건데, 킬러문항 배제로 물수능이 된다면 이 또한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입시 전문가들은 올 수능이 ‘물수능(쉬운 수능)’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훈탁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 진학팀 장학관은 “이번 수능이 물수능일거라는 예측이 많은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며 “준킬러문항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말 그대로 교육과정 안에서 배운 것들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에서 복잡한 계산 등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다. 이를 통해 변별력이나 난이도 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확한 경향성은 9월6일 시행되는 평가원 모의평가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능 출제 방향성이 공교육 교육과정 내 출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평소 해오던 대로 학교 수업에 충실히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EBS 수능 연계 교재와 최근 3년 기출문제를 통해 반복 학습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문제를 출제하려면, 결국 EBS 교재를 십분 활용해 지문 내 정보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일 것이다. 수험생들은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이런 문제들을 풀어내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