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3자 변제 철회하고 사과·직접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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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사설>3자 변제 철회하고 사과·직접 배상해야
日 시민단체 ‘부끄러운 일’ 비판
  • 입력 : 2023. 07.20(목) 17:38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한·일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비판하며 대법원 판결 원안대로 배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제동원 자국 피해자들을 외면한 한국 정부의 해결안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돕겠다며 한국까지 찾아온 일본인과 정작 피해자를 도와야 할 한국 정부의 뒤바뀐 행보가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인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는 20일 광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찾아 “윤석열 정권의 대응은 일본 대변인 이상”이라며 “고령이 된 원고들 앞에 돈을 쌓아놓고 굴복을 강요하는 행위는 비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리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 2명을 포함한 원고 4명에 대해 법원 공탁을 시도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사법 질서를 무시하는 전대미문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법상 3자 변제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성립할 수 없다. 이미 피해자들은 재단을 통한 배상금 수령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일본의 사과와 함께 직접 배상을 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하겠다며 정부가 낸 공탁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민법 469조 상,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제3자인 재단이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정부는 ‘자국의 피해자를 외면하는 것에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일본 시민단체의 주장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고령에도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죄가 선행될 수 있도록 외교력도 발휘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주장은 ‘자신이 겪은 엄청난 피해를 손자 세대에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식민 지배 치하 진행됐던 징용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미래로 가야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