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섬 가거도를 가다> 전국 23곳 영해기점 바닷물 모아 가거도에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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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섬 가거도를 가다> 전국 23곳 영해기점 바닷물 모아 가거도에 뿌려
해양순례 이색 프로그램 눈길
가거도 우체통 사연 담은 편지
수협 본부장 직접 통기타 연주
2등 항해사 아들 둔 어머니도
  • 입력 : 2023. 07.05(수) 18:28
  • 조진용 기자
주홍보 수협중앙회 전남본부장이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해양영토 순례, 올해의 섬 가거도를 가다’에서는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들이 선보였다.

해양영토 영해 기준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 23곳의 영해기점에서 취수한 물을 한 곳에 모아 가거도 해상 일원에서 방류하는 합수식이 열렸다. 연말에 한번 수취인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가거도 우체통에 참여자들의 사연을 접수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이색 참가자들도 주목을 받았다. 목포해양대학교를 졸업 후 전남 관공선에 2등 항해사로 재직 중인 자녀를 둔 어머니와 통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주홍보 수협중앙회 전남본부장 등이다.

● 23곳 영해기점 바닷물 한곳에

대한민국 최서남단 가거도 일원 해양영토 순례 참가자들이 4일 목포해양대학교 실습선 새누리호에서 열린 가거도 올해의 섬 지정 기념 합수식에서 여서도, 홍도 등 영해기점 23곳의 바닷물을 용기에 모으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 4일 목포해양대 실습선 ‘새누리호’ 선상 갑판에서는 전국 영해기점 바닷물을 모아 가거도 해역에 방류하는 합수식이 열렸다.

전국 영해기점은 총 23곳으로 △달만갑 △호미곶 △화암추 △법월갑 △1.5미이터암 △생도 △홍도 △간여암 △하백도 △거문도 △여서도 △사수도 △절명서 △가거도 △소국흘도 △홍도 △고서 △횡도 △상왕등도 △직도 △어청도 △서격열비도 △소령도 등이다. 영해기점 바닷물은 주최측이 사전에 각 지자체에 요청해 준비됐다.

취수식에 동참한 김두용 전남도 섬해양정책과 섬정책팀장은 “영해기점은 해양영토인 영해 12리와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며 “영해기점 역할을 하고 있고 올해의 섬 1호로 선정된 가거도 외에도 전국 23개 영해기점의 바닷물을 모은 것은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 “가거도엔 느린우체통도 있네”

순례 참가자들이 가족, 친지들에게 편지를 작성해 가거도 우체통에 접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접수된 편지는 연말에 한번 수취인에게 배달된다.

가거도에는 지난 2014년 5월 아주 특별한 우체통이 들어섰다. 우체통의 공식 이름은 ‘가거도길 사서함 1호’로 76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가로 1.49m, 세로 0.88m, 높이 3.12m의 이중 구조 철제물로 제작됐다.

우체통은 바다제비 9만쌍이 서식하는 가거도 특징을 살려 바다제비 모양을 하고 있으며 바람이 강한 탓에 우체통 한편에는 돌담을 쌓았다.

고경남 신안군 가거도 출장소 과장이 매일 편지를 수거해 날짜별로 보관·관리하고 있다. 엽서는 가거도 숙박업소·식당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우표를 안 붙여도 된다.

● 참가자 통기타 연주로 흥 돋궈

“유년시절부터 바다에 살아서 바다가 친숙합니다. 오늘 노래 한곡 하려고 합니다.”

가거도 해양영토 순례 첫날 토론회와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이 끝난 뒤 저녁 만찬 시간. 새누리호 선내가 통기타 소리로 가득 찼다.

통기타를 연주한 주인공은 주홍보(55) 수협중앙회 전남본부장. 주 본부장은 바다와 관련된 인기가요인 ‘섬마을 아가씨’,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여수밤바다’ 등을 기타로 연주하며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주 본부장은 “부산수산대학교(현 부경대) 재학시절 대학가요제가 최고 인기였다. 대학생 시절부터 기타 동아리에 가입해 배우게 됐다”며 “여수 돌산에서 태어나 여수고를 졸업, 수협중앙회에 1996년에 입사해 지금까지 바다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올해의 섬 1호로 선정된 가거도에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2등 항해사 자녀 둔 엄마 ‘뭉클’

목포해양대를 졸업한 아들이 전남 관공선에서 2등 항해사로 일하고 있다는 유명순씨.
이번 해양영토순례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 곳인 강원도 원주에서 온 유명순(62)씨는 목포해양대 실습선 새누리호와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유씨는 “제 아들도 ‘새누리호’에서 실습 과정을 거친 후 항해사로 전남 관공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직접 배 출항부터 선착장 정박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직접 보니 아들의 막중한 임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들은 지난 2011년 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브라질 국적 상선에 근무하다 2019년부터 전남지역을 항해하는 4700톤 규모 국가 관공선에 2등 항해사로 재직 중이다. 항해사는 선박 운항·관리 임무를 담당한다.

유씨는 “어선 전복·충돌 사고 등 사건·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행여 아들에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태풍이 온다고 하면 한주동안 기상날씨부터 확인하는게 부모 입장에서 습관이 된지 오래”라며 “2등 항해사에서 1등 항해사로 승급해 전남 바다 곳곳을 누빌 수 있도록 부모로서 항상 곁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