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제방 복구 하천 특성 고려해 시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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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사설>제방 복구 하천 특성 고려해 시공해야
290억원 들인 석곡천 또 붕괴
  • 입력 : 2023. 07.04(화) 17:33
광주 북구 석곡천 제방이 또 다시 붕괴되면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백 억원을 들여 공사했지만 위험은 여전했던 것이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달 28일 석곡천 제방이 50m가량 무너졌다. 다행히 비가 금세 그치면서 대피는 하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의 붕괴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석곡천 제방이 무너진 건 올해가 세 번째다. 이곳은 예부터 비가 오면 범람이 잦고 물살이 거셌다. 특히 이번 붕괴 장소는 크게 굴곡진 탓에 강줄기가 그대로 부딪혀 주민들도 항상 ‘노심초사‘하는 곳이었다. 물론 광주시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시는 지방 하천 재해 예방·안전 확보를 위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석곡천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북구 화암동~운정동 7.1㎞를 정비하는 데 290여 억원 들였다.

거액을 들여 정비했음에도 왜 붕괴 사고가 재발했을까. ‘유속·침식 등 하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공’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가 하천 정비 중 인근에 보가 설치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폭우로 인해 보를 통과한 강물의 유속이 빨라지먼서 하천 침식이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이런 곳은 흙벽 위에 방수포나 호안 블록을 덧대는 일반적인 보강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강물이 굴곡진 단면과 부딪히는 지점에는 유속 감속 장치 등을 설치해야 한다. 결국 과거 하천 정비가 정교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보통 하천은 30~50년 빈도의 폭우를 버틸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극심한 기후변화를 보면 한해에만 수십년치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점에서 석곡천 뿐 아니라 광주, 전남 전역을 대상으로 자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재검토·재보수 작업이 필요하다. 무너진 하천은 돈을 들이면 재보수가 가능하지만, 범람에 쓸려간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주민을 지키지 못하는 지자체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지금 당장 예방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