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특집>"세계 2위 강진수국, 최고 명품으로 만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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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특집>"세계 2위 강진수국, 최고 명품으로 만들게요"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8)강진 수국 세계화 앞장 뷰티팜 농장
대학교수서 수국농군 변신
16곳 5.5㏊ 80만송이 수확
일본에 50% 수출 농가소득

꽃잎 안쪽 꽃술부분 진짜꽃
넓은 잎은 꽃받침 ‘가짜 꽃’
유럽 木수국 외 향기는 없어
세계 5대 수국 중 2위 랭크
정서함양, 꽃문화 조성되길
  • 입력 : 2023. 06.28(수) 10:40
  • 박간재·김은지 기자
활짝핀 수국
김양석 뷰티팜 대표 부부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시인 백창우)’.‘…숲속 두 갈래 길 중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 덕택에 내 모든 것이 달라졌다(시인 프로스트·가지않은 길).

두 시인의 표현처럼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한 덕택에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몸소 보여 준 농업인이 있다. 강진 칠량면 수국 농사꾼 감양석(60) 뷰티팜 대표다. 김 대표는 10여년을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이젠 당당하게 수국 농사꾼으로 변신해 살고 있다. 강진읍을 지나 마량 방면으로 10여분 달리면 가우도 출렁다리로 가기 전 왼쪽으로 칠량면 이정표가 나온다. 5분여 더 달리니 수국재배 비닐하우스가 나오고 왼쪽 작은 표지판에 뷰티팜 간판이 보인다. 좁은 농로길로 들어가니 구릿빛 얼굴의 김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김양석 뷰티팜 대표 부부

●10여년 간 교수→수국 전문가로 변신

김 대표는 현재 전국 최고 수국 전문가다. 강진수국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시절 삶의 출발은 산뜻했다. 지난 1997년 강진 성전에 성화대학이 설립되면서 건축과 교수로 재직했다. 하지만 학교 폐교 1년 전 지난 2010년 퇴직을 결심했다.

고향집 칠량면 단월리 목암마을에서 기거하며 미래를 설계하던 중 마을 앞에 조성된 시설물이 그의 눈에 띄었다. 수국 시험포였다. 김 대표와 수국과 첫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강진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2007년부터 네덜란드에서 공수해 온 수국 50개 품종을 시험포장을 통해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2009년 테스트를 마치고 서울에서 홍보행사를 열었는데 호응도가 높았다. 그 해 16개 농가와 작목반을 꾸린 뒤 수국재배에 들어갔다.

김 대표도 힘을 보탰다. 이후 신안 도초도, 해남, 영암 등 전남지역과 전국 수국정원 조성에 힘을 보탰다.

그는 “당시 박우량 신안군수님이 도초도 수국정원 조성을 부탁해서 8만평 진입로부터 형형색색으로 심을 수 있도록 지도를 해 준 바 있다”고 말했다.

영암 기찬랜드는 물론 해남 4est 수목원 조성에도 도움을 줬다. 코로나19로 꽃시장이 주춤할 땐 인터넷 판매로 완판행렬을 이어 갔다.

청소년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의 정서함양은 어릴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청소년들로부터 예약이 들어오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가는 이유다.

뷰티팜에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업체 선정

김 대표가 운영하는 뷰티팜은 지난 2020년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에 선정됐으며 수국을 매개로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에 매진하고 있다.

농업경영체 뷰티팜은 2017년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을 취득한 후 1차(수국재배), 2차(수국 가공품 생산), 3차(꽃 가공체험)산업을 연계하며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수국 가공품 생산 및 교육, FUSO(Feeling Up, Stress Out) 체험 및 관광판매 활동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김 대표는 강진 작목반 16개 농가로 구성된 그린화훼영농조합과 함께 5만8251㎡ 규모에서 수국을 재배하고 있다. 1년 80만송이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생산 면적 32.7%, 전남 생산량의 91%를 차지한다.

다른 지자체가 조경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수국의 대부분은 강진산이다. 강진산 절화용 수국은 품질이 우수해 지난 2011년부터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태풍 등 영향으로 비닐하우스 재배가 불가능하다. 그 덕택에 강진산 수국이 연중 일본으로 수출될 수 있었다. 일본에는 매주 금요일 400박스를 배편으로 보내고 있다. 수도권엔 주2회 1000박스(1박스 4송이)가 배송되고 있다.

뷰티팜 하우스에 조성된 수국

●1년 3회 생산…세계 2위 수준

강진수국은 연중 수확이 가능하다. 세계 최고 수국생산국 네덜란드도 석달정도 거리는 데 비해 강진수국은 한그루 당 3월과 6월, 10월 세차례 수확한다. 강진수국은 연한핑크, 진한핑크, 라벤다, 청보라 등 4종류로 나뉜다. 토양성분에 따라 꽃 색깔도 달라진다. 원산지는 중국과 일본이다. 네덜란드에서 가져가 꽃꽂이용으로 개량한 덕분에 전세계 최고품질의 수국을 수출하게 됐다. 전세계 5대 수국재배국은 네덜란드와 콜롬비아, 뉴질랜드, 에콰도르이며 이 중 강진수국이 세계 두번째에 랭크돼 있다.

그는 스몰웨딩, 입학·졸업선물이 줄면서 꽃소비가 급감했지만 이를 만회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인들이 매일 식탁에 꽃을 한송이씩 꽂아놓는 이유는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요즘 우울증, 자살률도 높은데 가정이나 지자체 민원실 등에 화분을 가져다 놓는다면 민원인들은 물론 직원들의 정서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뷰티팜 재배 수국

●“수국꽃? 안쪽 꽃술 부분이죠”

취재를 마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찰나 김 대표가 묻는다.

“혹시 수국꽃이 어떤 것인지 아세요?” “지금 이렇게 분홍색, 보라색 등등 널찍하게 피어 있는 꽃잎이 다 수국꽃 아닌가요?” “아 그건 꽃이 아니구요 꽃받침이랍니다. 가짜꽃이란 얘기죠. 안쪽 꽃술처럼 보이는 거 보이죠?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게 꽃입니다. 활짝 피어 있는게 있고 아직 동그랗게 열리지 않는 모양이 보이시죠? 그 걸로 피었는 지 아직 피지 않았는지 구분한답니다”

그의 설명을 듣지 않았더라면 평생을 보라색이든 분홍색이든 꽃 자체가 수국꽃으로 알고 살뻔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깊어진다더니. 큰 지식 하나 얻어가는 듯 뿌듯한 마음이다.

멀리 영암 월출산 풍경과 반대편 가우도 출렁다리가 유난히 선명해 보인다.
뷰티팜 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각종 수국
 
아직 피지 않은 수국
박간재·김은지 기자
박간재·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