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쉬운 수능’보다 공교육 강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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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쉬운 수능’보다 공교육 강화가 우선이다
대통령 발언에 입시계 쓴소리
  • 입력 : 2023. 06.21(수) 17:29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대학 입시계가 대 혼란이다. 수학능력 시험에 공교육 외 출제를 금지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여기엔 사교육 시장을 약화 시키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수능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라 교육계 전체가 휘청한다. 쉬운 수능이면 내신, 본고사 등으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장 지역 교육계 목소리에는 우려가 진득히 배여 있다.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 장학관은 상대평가로 선발하는 현 대입 시스템에서 수능이 쉬워지면, 대학 입장에선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제 2의 단계를 준비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본 고사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지역 교육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중상위권은 수능이 쉬워지면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란 인식이 퍼지게 될 것이라면서 내신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시 합격을 위해서다. 여기에 합격선이 요동쳐 재수생이 대거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올해 수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9월 모의평가부터 입시생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상위권과 중위권은 1문제에 당락이 갈릴 것이라는 예측에 불안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무게가 아예 다르다. 더욱이 대학입시와 관련 된 것이면 여러 정책들이 수반되지 않는 한 쉽게 발언해서는 안된다. 사교육 약화를 위해서는 공교육 강화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사실상 사교육 시장은 어떤 교육 정책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존재해 왔다. 문제 풀이 훈련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현 구조 안에서는 이들이 약화될 그 어떤 틈새도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고교 서열화 폐지와 문제 풀이가 아닌 복합사고를 요구하는 형태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허나 이 역시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따름이다. 그만큼 교육이라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예측이 쉽지 않다. 당장은 정책 책임자가 발언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잠 못 이루는 입시생과 학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