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훼손 위기 신창동 유적 손 놓고 있을 텐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설
사설>훼손 위기 신창동 유적 손 놓고 있을 텐가
확장 공사 눈 앞, 훼손 우려 높아
  • 입력 : 2023. 06.15(목) 17:30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 구간 확장 공사로 광주 신창동 마한 유적지가 훼손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광주 신창동 유적은 세계 최대의 벼 생산 유적을 비롯해 각종 칠기와 현악기 등이 발굴된 몇 안되는 선사시대 유적이다. 면적이 많고 작고를 떠나 2000년 전 영산강변 고대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신창동 유적의 가치와 중요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광주시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 구간 확장 사업이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사업은 동광주 나들목에서 광산 나들목까지 11.2㎞ 구간 왕복 4차선을 왕복 6~8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특히 공사구간에 신창동 마한유적지1.85㎞가 포함돼 유적지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적지 내 확장공사를 위한 문화재청의 심의도 이미 유적지 동쪽 방향 확장과 유적지 경관 회복을 위한 터널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가결’이 이뤄진 상황이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된 신창동 유적은 우리나라 최초(最初)와 최고(最古), 최대(最大)를 자랑하는 유물이 쏟아진 선사시대의 보고다. 벼껍질 압착층 등 세계 최대의 벼 생산 유적을 비롯해 각종 칠기와 현악기, 신발을 만드는 틀인 신발 골, 수레바퀴 등 선사시대 유적 2만여 점이 발굴됐다. 유적지 면적도 26만715㎡에 달한다. 베틀에 사용된 바디나 복합 농경 유적 등 전문가들이 ‘국보감’이라고 극찬했던 유물도 다수 출토됐다. 그야말로 선사시대 광주 사람의 삶과 문화가 묻힌 타임머신인 셈이다.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 광주시는 신창동 유적지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고대 무덤’을 지키기 위해 선형을 변경한 광주~강진 간 고속도로의 사례도 검토해야 한다. 여전히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에 대한 추가 발굴도 시급하다. 신창동 유적의 가치가 미래 세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