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낡은 도심 지하시설물 이대로 놔둘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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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낡은 도심 지하시설물 이대로 놔둘 텐가
잇따른 사고로 주민안전 위협
  • 입력 : 2023. 06.14(수) 17:20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 과정에서 잇따른 매설관 파손과 누수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광주 2호선은 10m 안팎까지만 땅을 파는 ‘저심도 공법’ 탓에 지하 곳곳에 거미줄처럼 매설된 상·하수도관과 가스나 전기 등과 관련된 사고 위험성이 높다. 언제 어디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면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시작한 뒤 지난 4월 말까지 상수도관 파손과 누수 등으로 인한 부담금 부과 사례가 26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기간 총 4만4000톤 규모의 수돗물이 유실됐다. 특히 올해만 상수도관이 10차례 파손·누수되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잇따른 사고의 대부분이 낡은 관로와 정밀 도면의 오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지난 13일 간담회를 갖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중 상수관로 파손에 따른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저심도에서 공사를 할 경우 지하 시설물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사고 예방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지하 상수도관의 매몰 지도가 위치가 다르고 관마저 낡아 있을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광주의 구도심은 지하에 상·하수도관과 가스관, 전기선 등이 이리저리 뒤엉킨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한 지하 정보에 의존해 공사를 진행할 경우 대형 참사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광주시의회도 1995년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참사’처럼 가스관 접촉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꼬리를 무는 지금의 잦은 사고는 대형 재난의 전조일 수 있다. 광주시는 2호선 공사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상수도관을 비롯해 가스와 전기 등 지하에 얽힌 각종 시설물에 대해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시설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정확한 지하 지도도 제작해야 한다. 그것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