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치 신호등 음향신호기 이대로 둘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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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방치 신호등 음향신호기 이대로 둘텐가
시각장애인 공포·불안 속 횡단
  • 입력 : 2023. 06.13(화) 17:50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걷는데 목숨을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면 어떨까. 아마도 최단시간에 관련 지자체와 경찰이 나서서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직무유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주지역 신호등 100여 곳에서 이런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다.

전남일보 취재에 따르면 광주에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374개소·보행자 작동신호기는 11개소 설치돼 있다. 그러나 모두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 100여 개는 매년 고장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지 못한 신호기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된다. 더 큰 문제는 광주시에서 매년 초 음향신호기 설치·보수를 진행하고 난 뒤 고장이 발생할 때다. 분기별 유지 보수가 없는 탓에 길게는 1년 이상 사용하지 못할 때도 있다. 횡단보도가 길거나 복잡할 때 도로 중간에 설치하는 삼각형 모양의 이동 대기 시설물인 보행섬도 문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시설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이곳이 횡단보도를 다 건넌 것인지 보행섬인지 알 수가 없다. 자칫 방향을 잘못 틀었다간 그대로 도로 한 가운데로 가게 된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광주 동구 산수동 한 아파트 횡단보도에 설치된 음향신호기는 인근에 거주하는 3명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했지만 주변 상가와 입주민들의 항의로 작동이 중지됐다.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자신만 생각하는 낮은 인권감수성이 안타깝다.

장애인을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이동의 자유’다. 그들이 이동하는데 공포와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다. 교통약자 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인·어린이 등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신호가 바뀌면 자동으로 음향이 나와 누구든지 신호 변화를 알 수 있다. 장애인들의 가족들도 그간 얼마나 답답했으면 보도가 나가자마자 “꼭 나왔으면 했던 내용이 너무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겠는가. 이들의 감사를 들으며 부끄러워 지는 이유에 대해 광주시는 고민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