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의자 ‘역대급 도주’ 경찰은 할 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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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피의자 ‘역대급 도주’ 경찰은 할 말 있나
월곡동서 베트남인 10명 도주
  • 입력 : 2023. 06.12(월) 17:42
무려 10명이다. 경찰서 지구대에서 동시에 도주한 피의자들 숫자다. 1명이어도 지역이 시끄러울 판에 무더기로 도망간 것도 놀랍지만 ‘베트남인들의 체구가 작아서 도주했다’는 말 역시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지난 11일 오전 3시 19분 광산경찰은 ‘월곡동 한 주택에서 집단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다목적 기동대·지역 경찰 등 15명을 급파, 베트남인 총 23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밤부터 판돈 1500만 원 상당을 걸고 홀짝을 맞추는 전통 도박 ‘속띠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원 확인 등 기초 조사를 위해 베트남인 전원을 월곡지구대로 순차적 임의동행해 공간이 넓은 1층 회의실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검거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통제에 잘 따르자 이들에게 따로 수갑은 채우지 않았다. 여기까지 경찰의 행보는 나무랄 데 없었다. 신속하고 민주적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회의실에는 바깥으로 밀면 16㎝가량 열리는 ‘시스템창’이 있었는데, 조사 대기 중이던 피의자 10명이 벌어진 창 틈으로 머리와 몸통을 집어 넣어 빠져 나간 것이다. 당시 회의실에는 도주 방지를 위한 감시용 CCTV·창살 등이 없었고 감시 인력마저도 따로 배치되지 않았다. 나아가 경찰이 이들의 도주를 파악한 것은 임의동행 후 1시간여가 지난 오전 6시 40분께였다.

짚고 넘어갈 점은 경찰서 탈주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지난해 같은 경찰서에서 수갑을 채우지 않은 30대 남성이 담배를 피우다 도주한 사례가 기억에 생생하다. 경찰서보다 규모가 작은 일선 지구대에 23명이나 되는 피의자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다고 해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피의자 관리 지침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재교육과 더불어 보안 강화도 절실하다. 경찰이 피의자를 제대로 잡아두지 못한다면 시민은 누가 지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