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침묵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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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침묵할 때가 아니다
노병하 논설위원 겸 사회부장
  • 입력 : 2023. 06.01(목) 15:48
노병하 위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이 지난달 3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민모임의 위치는 매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년간 묵묵히 강제동원 피해자들 옆에 있어왔지만 최근 몇몇 보수언론들에 의해 ‘역사의 희생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단체’, ‘반일 브로커’, ‘악날한 약탈적 형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여당 대표로부터는 “보호비 명목으로 돈 뜯는 조폭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탓일까.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국언 대표는 기자들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취재를 다녀온 기자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참는 듯 했다”고 말했다.

몇번인가 시민모임을 취재하면서 이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허나 이 지면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구구절절 말하지 않겠다.

다만 묻고 싶다. 왜 침묵했는가?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다. 맞서 싸워야 할때다.

광복한지 70여년이 넘도록 피해자를 외면한 사람들이, 100엔 보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조롱하던 일본의 기업과 맞서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모임과 그 후원자들을 흔들고 있는데,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되려 ‘인정함’과 다를바 없다.

고 이금주 회장과 더불어 국가에서 버림받고 일본에게서도 거렁뱅이 취급 받아가며 악착같이 싸워 대법원 배상 판결을 이끈 이들이 그대들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총리라는 사람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칭해 ‘돌덩이’이라고 말하자 그 누구보다 비분강개한 이들 역시 누구던가. 바로 시민모임이다.

배상금의 일부를 받는 것은 11년 전 피해자 모두의 약속이었다. 그때는 당신들이 이길 것이라 누구도 생각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계란으로 바위를 깨고 그에 겁먹은 이들이 회유하기 위한 돈들을 지급했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직접 받거나 거부할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들이 수령하다보니, 지난 약속이 모략이라 불려지게 됨은 누굴 탓할 것이 아니다.

그런다 하더라도 눈비 맞아가며 피해자들 손을 잡고 싸우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조폭’이 되고 ‘브로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처 어떤 정신 나간 단체가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수십년전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편에 서겠는가. 그럴 바엔 차라리 보수 우익 단체의 색을 띄는 게 훨씬 쉬웠을 터다.

뒤집어보면 그대들이 얼마나 맹렬히 싸워왔기에 여당 대표가 친히 나서서 광주시에 주소를 둔 상근직원 둘밖에 없는 조그마한 시민단체를 겨냥하겠는가.

그러니 당당히 가서 말하라. 당신들을 고소한 이들에게 그대들이 어떻게 싸워왔고, 어떤 기적을 만들었으며, 누구를 대변해 왔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고개를 바짝 들고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