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광주시의원들의 ‘5·18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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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회
MZ세대 광주시의원들의 ‘5·18 쓴소리’
초선 의원 5명 릴레이 5분 발언
“5·18은 소중한 정신적 유산”
행사·기록관·재단 등 문제 짚어
시의회 개원 후 최초 사례 ‘눈길’
  • 입력 : 2023. 05.11(목) 17:08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광주시의회 이명노(서구3·왼쪽부터)·채은지(비례)·정다은(북구2)·심창욱(북구5)·강수훈(서구1) 의원이 11일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록관, 진상규명 등의 문제에 대해 릴레이 5분 발언을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1980년 5월 항쟁 이후 태어난 광주 초선 시의원들이 성역화된 ‘5·18’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MZ세대인 이들은 릴레이 5분 발언을 통해 5·18에 대한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5분 발언을 주도한 정다은 의원은 11일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5·18은 도대체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주제로 막을 열었다.

정 의원은 “5·18은 소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개인이나 특정 조직의 것이 아니다”며 “5·18은 광주의 혼과 얼에 관한 문제지만, 오늘날 전국으로, 세계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발언 의원)는 모두 1980년 5월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다”며 “5·18에 대해 말하면 누군가는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당사자가 아니면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광주시민은 원한 적 없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5·18을 상속받았다. 이래도 광주시민이 당사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만 이뤄질 뿐 광주시의 노력이 없는 점과 선거 때만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정치인도 비판했다.

5·18 구묘역과 5·18기념재단의 문제에 대해 발언한 심창욱 의원은 “2020년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엄중한 상황이었음에도 재단은 어느 사업 하나 취소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며 “당시 사업 결과 보고서를 보면 그저 사업 연장을 위해, 단체를 위해 행사를 강행한 것이라는 여론도 있다. 재단은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나”고 꼬집었다.

채은지 의원은 5·18기록관을 ‘기록관이 아닌 창고냐’고 물으며 “기록물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것은 기록물 정체성 확립, 권리 보호, 5·18 책임성·투명성 확보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며 “1차 담당자 검토, 2차 수집 자문위원회, 3차 부서 검토 절차를 통해 기록물 수집 업무를 하는 타 기록원과 달리 5·18기록관은 별도 절차 없이 학예연구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기록물을 수집한다”고 지적했다.

강수훈 의원은 5·18행사위원회 명칭 논란을 둘러싼 오월 공법단체의 분열과 5·18 관련 행사를 지적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지난 5년간 5·18 기념행사에 배정된 예산은 무려 49억원이다”며 “‘충분한 준비가 부족했다’, ‘기성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획일적이고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혼자만의 5·18로 전락하고 참신성이 떨어지며 시민 참여 행사가 크게 부족하다’ 등의 문제가 제기된 만큼 기념행사가 쇄신하고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이명노 의원은 “5·18교육관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현황은 지난해 1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 체험’, ‘오감으로 느끼는 오월’, ‘유공자 트라우마 극복’ 등 세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신청 서식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며 “5·18교육관은 5·18의 이름만 빌린 대관용 시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육관은 숙박업소가 목표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릴레이 발언은 정 의원이 제안하고 나머지 4명이 공감하면서 시작됐다.

의원들은 3월 말부터 두달간 집행부에 자료 요청 등을 통해 기관별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이날 발언의 토대가 자료 검토로 발견된 것 보다 시민의 제보가 많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 의원은 “5·18 관련 예산을 심사하다 보니 5·18은 '성역' 같은 것이어서 건드릴 수 없었다. 예산 삭감은 물론이고 질의도 어려웠다”며 “다른 예산과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한 건데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윗세대에게는 ‘피로한 5·18’, 우리 세대에게는 ‘조금 짜증 나는 5·18’ 정도지만, 우리 다음 세대에는 5·18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며 “집단행동이 공격처럼 받아들여지겠지만 절대 5·18을 공격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들의 당찬 행동에 의장 역시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정무창 의장은 폐회사에서 “5·18은 대한민국 역사이자 인류의 자산으로 오월단체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며 “집행부에서는 발언 의원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5·18 문제에 진정성을 가진 후배 정치인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며 “오월단체가 화합하고 시민들이 하나 돼 진상규명과 헌법 전문 수록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