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88> 잠 못 이루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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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88> 잠 못 이루는 밤에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3. 05.11(목) 10:20
잠 못 이루는 밤에. 박하선
잠자리가 불편한 것도 아닌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뭉그적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솔찬한 것이 벌써부터 여름에 젖어드는 것인가

별들도 사연이 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아니면 무언가가 두려워 불침번을 서는지 몇 개가 깜박거린다.

세상은 시끄럽지만 산사의 밤은 그래도 고요하다.



이런 풍경 속으로 갑자기 별똥별이 스치거나

난데없는 혼불이라도 날게 된다면

아름다운 풍경인가, 두려운 풍경인가.

세상의 모든 것은 허상이라 말하지만

그 높은 차원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탓할 수 없고,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 아니던가.

누군가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것도 만용이다.

민족을 욕되게 하는 위태한 상황에서

저 혼불은 또 다시 울부짖는 것이리라.



분노하고 분노하노라!

외세의 농간이 어제 오늘 일이더냐

내부 사기꾼들의 농간에

꺼져가는 민족의 불씨가 슬프고 슬프도다!

빼앗긴 나라는 다시 찾아 올 수 있지만,

갖다 바친 나라는 회생할 수 없다.

못나고 못났도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우리를 지탱해 온 혼불이 울부짖으며 풍경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