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에. 박하선 |
뭉그적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솔찬한 것이 벌써부터 여름에 젖어드는 것인가
별들도 사연이 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아니면 무언가가 두려워 불침번을 서는지 몇 개가 깜박거린다.
세상은 시끄럽지만 산사의 밤은 그래도 고요하다.
이런 풍경 속으로 갑자기 별똥별이 스치거나
난데없는 혼불이라도 날게 된다면
아름다운 풍경인가, 두려운 풍경인가.
세상의 모든 것은 허상이라 말하지만
그 높은 차원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탓할 수 없고,
마음을 비우지 못하는 것이 우리 아니던가.
누군가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것도 만용이다.
민족을 욕되게 하는 위태한 상황에서
저 혼불은 또 다시 울부짖는 것이리라.
분노하고 분노하노라!
외세의 농간이 어제 오늘 일이더냐
내부 사기꾼들의 농간에
꺼져가는 민족의 불씨가 슬프고 슬프도다!
빼앗긴 나라는 다시 찾아 올 수 있지만,
갖다 바친 나라는 회생할 수 없다.
못나고 못났도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우리를 지탱해 온 혼불이 울부짖으며 풍경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