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훈>독선과 아집의 문지방 넘어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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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병훈>독선과 아집의 문지방 넘어서기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입력 : 2023. 04.10(월) 13:51
박병훈 대표
어지러운 세상이다. 우리나라는 ‘정서적인 내란 상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분열과 반목이 팽배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도 뉴스 회피자가 되어가고 있다. 자꾸 마음을 찌르는 소음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타인을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둘러쳐야 하는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소속감을 느낄 때 문제에 용기있게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병들어가는 세상을 치유할 약은 공동체 의식이다.

그런데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가족공동체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도 비상식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나라 가족의 형태는 어느 새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아졌다. 문제는 가족공동체에서 배우고 길러야 할 헌신, 감사와 애정의 표현, 긍정적 의사소통 같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배울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상식에 의해 선과 악을 구분한다. 어떤 상황에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은 그 잘못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사적인 이익에 몰두한 사람은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지 못한다. 상식이 결여된 사람에게서 공동체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이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가치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은 개인의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여러 모임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 공동체 의식은 거의 본능적이다. 공동체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셈이다. 심리적 문제를 많이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 공동체 의식은 개인의 관심이 자신을 넘어서 타인과 우리에게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삶은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는 삶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베품과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베풀고 나누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동기와 즐거움이 충만하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쟁 대신에 양보와 헌신의 경험을 통해 삶의 기쁨과 의미를 느낀다. 나눔과 베품은 단기적으로는 위험을 동반할 수 있고 손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힘을 발휘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권력을 거머쥐면 자신이 대단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그 결과 더 자유롭고 행동하고 자신에게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목적을 추구할 특별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얻어내려는 본성을 드러낸다. 공동체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젬병이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장기적으로 응징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자 매튜 파인버그, 조아 쳉, 로브 윌러는 “험담은 광범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적게 드는 응징 방법.”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월감, 특권의식, 관심과 존경 추구, 관심의 중심에 서려는 욕구, 과시행위, 오만함, 자아에 대한 부풀린 관념 등의 특성을 보인다. 중국의 사기에도 방민지구 심우방천(防民之口, 甚於防水)이라는 말이 나온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이 물을 막기보다 힘들다는 뜻이다. 백성에게 언론의 자유를 줘서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벌써 봄이 찾아왔다. 주변에는 봄꽃이 만발하고 ‘기생(妓生) 철’이라는 봄바람도 싱그럽다. 이 좋은 계절, 자신의 아집과 독선을 허물고 문지방을 넘어 타인에게로 관심을 확장시켜 보자. 건강한 사람은 경험에 개방적이다. 상대가 없는 대화는 독백이다. 독백은 자기만 들을 수 있다. 자신의 문지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인을 위해 부르짖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 들어야 한다. 문지방에 갇히면 인심을 잃게 된다. 마음을 열고 베푸는 아량이 정서적 냉전을 그치게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입은 쇠를 녹인다. 그리고 비방이 쌓이면 뼈도 꺾는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독선과 아집의 문지방을 넘어서기는 지금이 딱 좋은 계절이다.